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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 집정리 실천 #남편을 위한 미니멀 라이프 수납

미니멀라이프

by 애정펀치 2020. 11. 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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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 때 미니멀 라이프는 더 쉽다. 혼자 결심하고, 혼자 실천하면 되니까. 하지만 가족이나 동거인이 있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집에 내 물건뿐 아니라 타인의 물건, 함께 쓰는 물건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공감해주지 않거나 협조해주지 않으면 혼자 아무리 애써봐야 제자리걸음일 수 있다.

물건 욕심 없고 정리정돈에 능숙한 나에 비해, 남편은 물건 욕심 많고 정리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다. 때론 부럽다. 아무리 어질러져 있어도 정말로 스트레스 받지 않는 그 무신경함이...! 그부분에 있어서는 정반대의 성향. 다행히 미니멀 라이프의 장점에 남편이 많이 공감을 해주어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많은(하지만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을 비워주었다.

하지만 단순히 물건을 비우는 것 외에도 문제는 있었다. 그는 정리 자체를 어려워한다는 것. “쓴 물건은 제자리에 놓고, 옷은 찾아 입기 편하게 분류해서 넣으란 말야!” 아무리 외쳐도 얼마 가지 못했다. 한 번씩 참다 못한 내가 엉망으로 섞인 옷서랍을 뒤집어 다시 차곡차곡 정리해주는 수밖에. 문제는 그러면서 나도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거다. 왜 이걸 못하지?

그런데 가만히 관찰해보니 남편은 내 말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정리 방법을 잘 몰랐다. 홈웨어와 이너티셔츠, 내복, 셔츠 등의 항목으로 옷을 분류해야 한다는 것도 그에겐 생소해보였다. 속옷을 어떻게 세워 넣어야 차곡차곡 들어가는지 방법을 몰라 우르르 쏟아 넣었다.

남편이 쉽게 정리를 할 수 있는 ‘수납 시스템’이 필요했다. 남편뿐 아니라 아이가 생겨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더라도 모두가 자연스럽게 정리에 동참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

남편이 정리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들이 있으면(잘 어지르는 상황이나 품목) 어떻게 쉽게,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지 방법을 고민했다. 다음은 내가 실천해서 좋은 효과를 보고 있는 방법들이다.






#남편을 위한 미니멀 라이프 수납

남편의 외출 전용 가방
현관문 근처 벽장에 남편의 미니 가방을 항상 걸어놓는다. 안에는 카드+신분증 지갑과 차키. 나가면서 휴대폰을 쏙 더 넣는다. 깜빡 깜빡 잘 잊는 남편은 외출할 때마다 뭐 하나를 빠트리곤 했다. 본인도 그게 스트레스인지 잊지 않으려 나갈 때마다 차키 있나? 카드 있나? 몇 번씩 되내였다. 외출 전용 가방을 걸어두니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 고민 없이 가방만 쏙 빼서 들고 나가면 되니까.


수많은 전선과 잭
많은 남자들이 그렇듯 남편도 꽤 많은 전자기기와 그 기기들을 연결하는 잭을 가지고 있다. 그 선들이 얽히고 설켜 서랍 안에서 한 덩이가 되는 상황... 아마 많은 집들에서 겪을 거라 생각한다. 전선들을 사진처럼 하나씩 지퍼백에 넣고 용도를 앞에 써주었더니 훨씬 찾아 쓰기가 편해졌다. 잭 하나 찾으려면 엉킨 선을 하나하나 풀며 살펴봐야 했는데 말이다.


모든 옷은 걸어서 보관한다
남편 옷을 서랍에 보관할 때의 문제는 1) 옷을 예쁘게 개어놓지 못함 2) 밑에 깔려 있는 옷이 안 보여서 매일 위에 있는 옷만 입음(그리고 옷이 없다면서 새 옷을
사려함). 그래서 모든 옷을 걸어서 수납하는 걸로 방법을 바꿨다. 걸어서 수납하면 옷을 갤 필요도 없고(스스로 충분히 걸 수 있음), 모든 옷이 한눈에 다 보이기 때문에 탁탁 꺼내서 코디하기가 편하다. 남편 스스로 자신이 어떤 옷을 가지고 있는지 잘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비슷한 옷을 또 사려고 하는 일도 방지된다. +”여보 내 거 그 옷 어딨지?” 하는 그 질문도 사라졌다.

서랍에 보관하는 남편의 옷은 잠옷(우측)과 안에 받쳐 입을 이너 티셔츠(좌측)뿐이다. 이마트 쓱배송 때 온 커다란 쇼핑백을 접어 수납 칸막이로 활용하고 있다. 서랍 안에도 칸을 명확히 구분해주면 옷이 섞이지 않는다.

속옷 서랍도 이렇게 칸칸이 나눠줬다. 좌측부터 남편 속옷, 남편 양말, 내 속옷, 내 양말이다. 역시 쇼핑백이나 크기가 맞는 작은 상자를 이용해 수납칸을 만들었다.


홈웨어+추리닝은 편하게 걸어놓기
입던 잠옷, 집 근처 나갈 때 자주 입는 추리닝은 굉장히 자주 입었다 벗었다 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깔끔하게 개거나 걸어놓으라 하면 성공하지 못할 게 뻔하다. 그런 옷은 옷걸이 하나(사진 속 맨 앞쪽 옷걸이)를 정해놓고 편하게 툭툭 걸쳐놓았다 다시 입기로 했다. 완벽한 깔끔함보다 때론 사는 사람이 집에서 편안할 수 있는 걸 우선순위에 두는 지혜도 필요한 것 같다. 어쨋튼 이곳은 매장이 아니라 우리가 가장 편안해야 할 우리집이니까.


남편의 잡동사니존 만들어주기
조그맣고 귀여운 것들(?)을 좋아하는 남편의 취향 덕에 어쩔 수 없이 쌓이는 작은 잡동사니들이 있다. 열쇠고리, 명함, 작은 장난감 등등. 벽장 한 칸은 남편의 잡동사니존이다. 저 바구니 안에는 딱히 항목으로 분류할 순 없지만 남편이 보관하고 싶은 잔짐들이 섞여 있다. 저 안에 뭐가 쌓이든 나는 터치하지 않는다. 정말 가끔씩 물건이 너무 많아 보이면 우르르 쏟아서 같이 필요 없는 걸 버리는 정도. 남편만의 작은 세계랄까.


동전 모으는 통
남편의 옷 주머니나 가방 바닥에서 발견되는 동전들. 그것들이 서랍 위, 가방 속에서 뒹굴지 않도록 신발장 한켠에 동전 모으는 통을 마련했다. 10원짜리도 열 개를 모으면 100원이 되는 법. 미미하겠지만 새는 돈을 막는 효과도 있다.


항목별 라벨링하기
벽장 안 박스나 서랍에는 되도록 라벨링을 한다. 어떤 물건이 들어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남편도 집안 물건을 쉽게 찾아 쓸 수 있고, 나뒹구는 물건이 있을 때 라벨링 된 곳으로 스스로 찾아 넣을 수 있게 됐다. 요즘은 기특하게도 남편이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한다: “여보, 이 물건은 정해진 자리가 없는 거 같은데 얘는 어디로 가야 해?”


충전 스테이션 만들기
충전이 자주 필요한 전자기기들이 있다. 우리집은 아이패드 2대, 휴대폰 3대(개인 휴대폰과 사업용 휴대폰) 그리고 각종 보조 배터리들까지. 예전엔 집안 곳곳의 콘센트마다 충전기가 꽂혀 있고 충전중인 전자기기들이 매달려 있었다. 이게 너무 지저분하기도 하고 매번 자리는 옮겨다니는 탓에 충전기가 자주 사라져 애를 먹기도 했다. 고민 끝에 작은 방 서랍 위에 충전 스테이션을 마련했다. 이제 모든 전자기기 충전은 이곳에서 해결한다. 집안 여기저기 널려 있던 전자기기들이 사라져 보기에도 깔끔하고, 충전기를 찾아 헤맬 필요도 없어졌다.







혼자만 사는 집이 아니기에 서로가 동의하는 규칙을 만들고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유지하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때론 그 규칙이 너무 상대방에게, 우리에게 무리한 건 아닌지 점검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나의 행동 방식과 정반대로 해야 하는 규칙은 아닌지, 내 라이프
스타일과 동떨어져 있지 않은지, 오히려 예전보다 더 생활이 불편해진 규칙은 아닌지.

그래서 룰을 정할 땐 서로의 라이프 스타일과 행동 방식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남편의 행동을 바꾸려 하지 않고, 그가 하는 행동들을 잘 관찰하고 대안을 제시해주었더니 우리의 미니멀 라이프가 예전보다 훨씬 편해진 것처럼.

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런 시도를 하나씩 하나씩 더해가며 실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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