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대한 가치관은 사람마다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일생에 딱 한 번뿐인 날인데 최고로 화려하게 하고 싶다' 그 말도 맞아요. 평생에 단 하루, 나를 위한 사치가 허락되는 날이니까요. 반면 저희는 '보이는 결혼식의 화려함은 중요하지 않다' 쪽에 더 가까웠습니다.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따르면 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저희 기준에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절차와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또 줄이는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그 결과, 집을 사는 데 비용을 쓸 수 있었고요. 참고로 평소에도 비용 대비 효율을 중요하게 여기는 돈 지출을 하는 편이고, 겉치레보다는 실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입입니다. 저와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계신 분에게 저의 경험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맘으로 글을 적어요 :)
제가 원하는 결혼식장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교회/기독교 결혼식 가능
2. 대관료 저렴
3. 손님 만족도 가장 중요: 교통과 주차 편리/질 좋은 식사
4. 앞뒤 시간 여유로운 예식: 보통 웨딩홀은 1시간마다 신부 바뀜. 딱 질색.
5. 하객 200명 예상: 중소규모 결혼식장
제가 결혼식 하객으로 초대 받아서 갔을 때 어땠는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신부 대기실이 얼마나 예쁜지? 결혼식장이 얼마나 고급스러운지?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게 잘 눈에 안 들어오더라구요(보통 이상만 되면). 그런데 이런 경험들은 정말 별로였습니다: 식장에 앉을 자리 없어서 사람 바글바글, 여러 홀의 손님들이 가운데 공유하는 홀에서 뒤엉켜 정신 없고, 밥 먹으러 갔는데 미친듯이 줄 서야 하고, 심지어 늦게 가면 음식이 없고, 맛 없고, 식당 너무 시끄러워서 옆 사람 말도 잘 안 들리고, 주차할 자리 찾다가 진이 다 빠지고. 그런 결혼식 갔다 오면 시간 버린 느낌 들고 기분도 별로 좋지가 않았습니다. 우리 결혼식만은 여유롭고 한적하게. 당일에 우리만 결혼식이 있으면 더 좋고. 그래서 초대 받은 분들이 서로 여유롭게 인사 나누고, 좋은 식사 하면서 이야기 나누다 가시는 그런 결혼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네' 하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요.
사실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어요. 1. 결혼식 가능한 타교회 대관 2. 회관 등의 시설 대관 일반 웨딩홀을 탈피하려면 두 가지 중에 선택을 해야 했는데요. 일단 타교회 대관은 생각보다 경쟁률이 심했습니다. 정해진 날짜에 수강신청 하듯이 온라인으로 선착순 신청을 받는 곳도 있고, 직접 줄 서서 등록해야 한다는 곳도 있고, 본교회 교인 우선으로 신청 받은 뒤 남는 시간대에 가능하다는 곳도 있고. 이거 신청하다가 진이 빠질 거 같은 느낌. 또 전문적으로 대관을 하는 대형교회는 일반 웨딩홀 뺨 치게 하루에 결혼식을 많이 치르더라구요. 또 한 가지 문제는 전문 웨딩홀이 아니다 보니 식장 데코레이션과 음식 업체를 따로 불러야 한다는 점. 교회 결혼식 전문으로 데코레이션과 부페를 책임져주는 업체도 몇 군데 있긴 합니다. 교회나 회관 결혼식 치르려면 그런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 듯 싶어요. 저는 '무조건 아끼자'주의는 아니고 '비용 대비 효율이 좋아야 한다'주의거든요. 무작정 아끼자고 교회 결혼식 장식도 셀프로 하고, 밥도 따로 부르고(이런 방법도 안 알아본 건 아닙니다. 허허) 이런 건 제 생각에 너무 스트레스가 큰 선택인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에 <연합웨딩홀(기독교연합회관)>을 알게 되어 최종 계약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완벽하게 교회 결혼식 느낌인데, 웨딩홀의 편리함(데코레이션, 부페 완비)은 누릴 수 있는 곳이라서 상담 후 고민 없이 바로 계약했어요.
1. 교회 결혼식 가능
: 종로 기독교연합회관 3층 전체가 웨딩홀로 꾸며져 있습니다. 일반 웨딩홀과 느낌이 똑같아요(직원 분들도 계심). 식장 정면에 크게 십자가가 걸려 있고, 하객 의자도 기다란 교회 의자입니다. 잘 꾸며진 교회 또는 웨딩홀 중간 느낌이에요.
2. 대관료 저렴
: 대관료 30만원으로 기억하고, 식비 1인당 3만 8천원인가(부가세 별도)로 기억합니다. (2018년 기준. 정확한 정보는 연합웨딩홀에 문의해주세요.) 사역자, 목회자 자녀에게는 특별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사역자, 목회자 자녀는 <식장 데코레이션(꽃 포함) 무료 + 식비 부가세 면제> 입니다. 최종적으로 저희가 지불한 금액은 식장 대관료 30만원이에요. 식대는 어차피 축의금에서 빠지는 거니까. 사진에서 확인하실 수 있지만 당일 꽃 데코레이션도 깔끔하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성비가 너무너무 훌륭하지 않나요.
3. 교통과 주차 편리성
: 종로 5가역에서 도보 3분 이내. 주차 500대 가능. 주차 대수 '엄청나게' 넉넉한 점 정말 맘에 들어요.
4. 맛있는 음식
: 음식 맛있었다는 이야기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가본 결혼식 중에 음식 제일 맛있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상담 때 미리 신청하면 시식이 가능해서 저희도 먹어봤는데요. 가짓수만 많고 별로 손이 가는 음식이 없는 데도 있잖아요. 근데 연합웨딩홀 음식이 좋았던 건 엄마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친근한 느낌이 나요(ㅎㅎㅎ). 뭐라 딱 표현하긴 어려운데 시식해보시면 '아 이게 그말이구나' 싶으실 겁니다. 예를 들자면, 고급 회, 해산물 요리 이런 건 없었던 거 같아요. 대신 가족 잔치상에 올라올 것 같은 맛있는 LA갈비 같은 게 있었어요. '한 끼 잘 먹었다' 느낌 들 만한 정감 가는 음식들이어서 저는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어른들이 정말 좋아하셨어요.
5. 여유로운 예식
: 홀이 총 2개인데요. 홀 위치가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두 홀에서 동시에 결혼식 있더라도 손님들의 동선이 1도 겹치지 않아요(엘리베이터 내린 후 통로가 다름). 우리만 전용으로 손님을 맞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까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였습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식장 시간도 무려 3시간으로 넉넉했습니다. 결혼식 후 사진촬영도 아주 여유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저희가 결혼식을 올리는 날은 운좋게 딱 저희 결혼식만 있었어요. 일반 웨딩홀 결혼식은 이전 타임 신랑신부 기념촬영 하고 있는데 막 밖에는 다음 타임 신랑신부 부모님이 하객 맞고, 그런 경우 진짜 많잖아요ㅠㅠ 쫓기듯이 결혼하지 않고, 앞뒤로 여유 갖고 모두와 인사 나누고 즐길 수 있어서 너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6. 하객 150~200명 예상
: 연합웨딩홀 홀은 총 2개입니다. 그레이스홀은 200석, 아가페홀은 300석 규모입니다. 특히 아가페홀은 고급 호텔 식장처럼 높은 층고에 번쩍이는 샹들리에까지 달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하객 규모가 작아서 그레이스홀로 선택했어요.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객 규모와 식장이 딱 맞아서 적당히 꽉 찬 느낌으로 따뜻한 예식 분위기가 연출되었어요. 사람은 적은데 공간이 너무 크면 휑했을 것 같습니다.
+ 그 외에도 소소한 장점을 말하자면 1. 웨딩홀 직원 분들이 입장 때 하트 통로 만들어주고, 퇴장 때 폭죽 터트려 주심 2. 그 외 화촉점화 등 절차마다 직원 분들이 도와주심 3. 식전 영상 상영 가능. 주례 옆에 대형 스크린이 내려왔다가 식 시작하면 올라감 4. 음향/조명팀 있음. 당연한 거 아닌가?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일반적인 교회 예식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입니다. 다 미리 친구들에게 부탁하거나 해야 하는 것들이지요. 그리고 친구들은 프로가 아니니까 좀 어설픈 면도 있고요. 그런데 이렇게 웨딩홀 혜택 누리면서 교회 결혼식 느낌 그대로 살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정말 딱 하나 단점을 꼽자면 바로 조명인데요. 그레이스홀 뒤쪽에서 신랑신부 비춰주는 하이라이트 조명이 있습니다. 그게 아주 강한 화이트 조명인데, 약간 푸른빛이 돌아요. 입장, 퇴장은 물론이고 혼주 인사 등 신랑 신부 움직일 때마다 이 조명이 우리를 따라다닙니다. 현장에서는 신랑신부 강조가 되어서 참 좋아요. 그런데 문제는 영상 찍었던 분이 말하길 푸른빛(형광등 같은)이 돌아서 영상이 약간 쌔한 느낌으로 차갑게 나온다고 하네요. 그리고 너무 강력한 조명이라 찍는 방향에 따라 광선 같은 라인이 영상에 잡히기도 한다고. 그 하이라이트 조명 외에는 적당히 은은하게 어둡고 좋았어요. 사진이나 영상 찍으시는 분들에게 이 부분은 미리 참고해달라고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소규모 결혼식/교회 결혼식/결혼식장 비용 알아보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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