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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과 졸업하면 어떤 직업/진로 갈 수 있나요? (+졸업선배.현직장인의 대답)

생활정보

by 애정펀치 2020. 3. 1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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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페인어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현재 10년차 사회인이고요. 가끔씩 고등학생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생기면 대학 학과에 대한 궁금증도 많고, 실제로 네이버 지식인 같은 곳에서도 '스페인어과 나오면 무슨 일 할 수 있나요?' '전망이 괜찮은가요?' 같은 질문도 자주 올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대학교 당시에 어떤 직업, 어느 방향의 진로가 가능성이 있는지 실질적인 정보를 들을 기회가 적었기 때문의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보겠습니다.

 

 

- 내가 스페인어과를 선택한 이유

저는 부모님의 영향력 없이 100% 제 선택으로 스페인어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케이스입니다. 관심사도 다양하고, 재능도 한 가지에 몰려 있기보다 다방면으로 있는 편이라 학과 선택에 고민이 많았는데요. 특히, 문예창작, 경제경영(이건 재능보다는 취업하려면 무난하다고 하길래), 방송영상 등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저는 실용적인 사람이기도 합니다. 4년이라는 시간과 비싼 학비를 들여 배워야 한다면 진짜 내 실생활에 쓰일 수 있는 걸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외국어'를 선택했어요. 외국어는 진짜 배우면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나만의 기술이 되니까요. 영어는 너무 흔하고, 중국어는 배워봤었는데 뭔가 정서에 안 맞고. 그럼 그 다음으로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언어가 뭐지? 하고 검색을 해보니 '스페인어'더라구요. 당시엔 스페인어가 인기가 없을 때고(일본어가 인기 있을 때였음) 스페인어에 대해서 1도 모르는데 '그럼 스페인어로 하자!' 용감하게 결정했습니다. (결정할 때 용기 있는 타입ㅎㅎㅎ) 제가 졸업할 때 즈음부터 중남미와 일하는 우리나라 기업도 많아지고, 스페인 여행도 인기가 많아져서 운이 좋았던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경쟁자 대비 수요가 많은 상태였달까요.

 

 

 

- 스페인어 1도 모르고 스페인어과 가도 괜찮나요?

저는 입학해서 첫 수업 들을 때까지 스페인어 알파벳도 모르던 상태였습니다. 저희 학교엔 특히 외고에서 스페인어 전공했던 사람, 부모님이 해외에서 일하셔서 모국어가 스페인어인 교포 등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처음 1~2년은 솔직히 힘들었어요. 나는 아직 문장을 만들 줄도 모르는데, 스페인어 원어로 된 책을 독해하는 수업을 들어야 하고.... 그런데 학점은 생각보다 평균적으로 괜찮았습니다. 왜냐면 대학 수업이란 게 스페인어과라고 해서 학원처럼 스페인어만 배우는 건 아니잖아요. 문화사, 문학사, 언어학 등 언어와 그 나라의 전반에 대해서 배우는 수업도 많으니까 비록 스페인어 독해 수업에서 좀 뒤떨어지더라도 다른 분야 수업에서 열심히 하면 커버가 가능했습니다. 

 

다행히 언어 공부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냥 꾸준히 오랫동안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스페인어 공부는 열심히 했어요. 못 알아 들으면 그냥 통째로 외우고. 남들보다 사전 더 많이 찾아보고.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으로 해외 유학도 경험해보고. 그러자 3학년 때부터는 실력이 점차 올라오더라구요. 언어 전공인 사람은 사실 입학할 때보다, 졸업할 당시에 실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스페인어를 필요로 하는 회사에 입사하게 됐을 때 진짜 실전에서 써먹어야 하니까요. 초반에 너무 급하게 마음 먹지 말고 꾸준히 열심히 공부한다면 졸업할 때 노력한 만큼 실력을 갖추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스페인어과 졸업 후 직업/진로

스페인어과뿐 아니라 언어를 전공한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옵션들입니다. 제 주변에서 언어 전공한 사람들이 현재 일하고 있는 직종들이기도 합니다.

 

1) 통역가/번역가: 언어전공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직업일 텐데요. 통번역가로 일하기 위해서는 통번역 전문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더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KOTRA 입사: 실제 제 동기들이 KOTRA에서 많이 일하고 있습니다.

 

3) 공무원/외교관: 시험을 쳐서 공항에서 일하거나, 외교공무원으로 재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4) 무역 관련 부서: 스페인어 전공인 경우, 중남미 수출입을 하는 부서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굉장히 많은 중남미 관련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5) 스페인어 중/고등학교 교사: 대학 때 교직수업을 이수하면(추가 강의를 수강해야 함), 임용고시를 본 뒤 중/고등학교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제2외국어 선생님은 인원을 많이 뽑지는 않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있습니다. 학교가 아닌 스페인어 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6) 대학 교수: 석사, 박사 학위를 더 밟아 스페인어과 교수가 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장 굵직굵직한 것들만 나열을 해봤는데요. 비율로 치면 중남미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 그런데 꼭 말해주고 싶은 것!

언어 전공을 했다고 해서 그 언어 자체로 취직을 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제2전공이 방향을 결정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제1전공이 스페인어였고 제2전공이 문화콘텐츠였습니다. 그래서 출판계에 들어와 일하고 있고요. 제 지인1은 언어전공+방송영상을 전공해서 여행사에서 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해외 출장 많음). 지인2는 언어전공+경제경영을 해서 대기업 수출입 부서에서 일하고 있고요. 지인3은 여행마니아였는데, 한국에서 중남미 여행객들을 가이드합니다. 지인4는 언어 전공자답지 않게 이과적인 관심사가 높았는데, 멕시코에 대중교통 환승시스템(기술) 등을 수출하는 일을 합니다.

 

언어는 '도구'라는 점을 꼭 기억하시면 좋겠어요. 남들보다 특별한 수단을 하나 더 갖추게 된 것이지, 언어를 전공했다고 해서 꼭 그 언어와 관련된 곳으로만 취직을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언어를 어떤 분야에서 사용할 것인가? 나는 어떤 분야와 이 언어를 접목할 것인가? 에 대해서 더 크게 고민해보시면 좋겠어요.

 

만약 방송에 관심이 있어서 피디가 된다면, 나는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피디'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스페인어권 국가들에 대한 다큐를 기획할 수도 있고,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겠지요. 만약 식음료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요리사'가 된다면, 나는 '스페인어를 할 줄 알고, 스페인어권 국가에 대한 이해가 높은 요리사'가 되는 거예요. 현지의 레시피들을 번역해서 요리 개발에 활용할 수도 있고, 스페인어권 사람들에게 한식 레시피를 알려주는 일을 할 수도 있겠지요.

 

결국 <스페인어를 전공한 사람이 가야 할 진로가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하는 것을 꼭 기억해주세요. 스페인어 그리고 스페인어권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가지고 나는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가?를 고민하셔야 하고, 그 <어떤 분야>는 여러분이 대학생활 하시면서 찾아나가셔야 합니다. 다른 여러 전공 수업도 다양하게 들어보시고,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직종도 체험해보시고, 다양한 책과 사람들 만나면서 내가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고 흥미가 있는지. 그게 아마도 여러분이 대학 생활 동안 하셔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디로든,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

남들보다 뛰어난 언어라는 기술을 하나 더 지니고 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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