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겠다고 떼쓰고 우는 일이 잦아진 25개월.
실제로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어요.
아기를 위해, 엄마를 위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기의 하루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들이 뭘까? 생각해봤더니.
- 기저귀 갈기
- 이 닦기 치카
- 밥 먹기 전과 후에 손 씻기, 입 닦기
- 식탁이나 바닥 닦기
- 샤워 후 로션 바르기
일단 이것부터 혼자서 할 수 있게 몬테소리 환경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 손 씻길 일이 생기는데요.
지금까지는 아이를 안아서 화장실로 들어간 후,
세면대 앞에 놓인 간이 플라스틱 의자에 아이를 세워주고
엄마아빠가 뒤에 서서 넘어지지 않게 살피면서 기다렸답니다.
끝나면 또 안아서 데리고 나오고요.
이때 발생하는 문제는
1. 아이가 너무 무거워져서 들어 옮길 때마다 몸에 무리가ㅠㅠ
2. 엄마아빠가 조금이라도 억지로 안아서 데리고 가면 무조건 싫다고 울 때가 많음ㅠㅠ
3. 세면대 서서 물장난 30분 넘길 때도 있음. 말려도 소용 없고. 데리고 나오면 울고. 그럼 엄마아빠도 화장실에 멍하니 서서 30분 이상 서 있는 거임. 힘들 땐 괜히 애한테 짜증을 내게 되더라고요.
이걸 하루에 5-6번씩 반복하니까 어찌나 진이 빠지던지요ㅠㅠㅠㅠ
화장실 안에 아기 세면대를 만드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집은 건식 화장실이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고,
세면대 장치를 또 들여놓는 거 자체가 짐을 늘리는 일이라... 부담스러웠어요.
2년 키워보니 '아기 전용' 가구나 물건 많이 들이면 진짜 집에 짐이 너무너무 많아지겠더라고요.
고민하다가 저희 집 아일랜드 싱크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측면으로 계단을 놓아주면 혼자 손씻기 딱 좋을 높이와 구조.
그래서 이렇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미끄럼방지 처리가 된 2단 디딤대와
이케아 스툴로 스스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을 만들었어요.
참고로 저희 아기는 25개월이지만 혼자서 계단을 참 잘 오르고 내립니다.
각자 아이의 발달과 상황을 잘 살펴 적용하셔야 해요.
디딤대는 아기 변기 커버를 살 때 같이 딸려온 것인데요.
아직 기저귀를 떼지 않아 변기를 본격 사용하지는 않거든요.
집에 놀고 있던 디딤대가 이제야 쓰임을 찾았네요.
해외에선 '러닝타워'라는 것을 많이 활용하는데요.
아이가 싱크대에 안전하게 올라 설 수 있는 높은 계단입니다.
안전벨트 같은 것도 달려 있지요.
국내에서 10-30만원 사이로 구매할 수 있어요.
아이 옆에 세워두고 요리도 하고, 설겆이도 하고. 하나 구매하면 쓰임은 많을 것 같아요.
설 수 있는 돌 즈음부터 더 일찍 구매할걸 그랬다 싶기도 하네요.
저는 일단 이렇게 집에 있는 걸로 세팅해서 써보고 불편을 느끼면 구매를 고려해보려 합니다.
처음엔 약간 불안해서 곁에서 봐주었어요.
실제로 한 번은 휘청- 해서 큰일날 뻔 하기도 했고요.
지금 3주 정도 지났는데요. 적응 완료.
싱크대 잡고 오르 내리는 방법을 터득해서 자유자재로 다닙니다.
예전엔
밥 먹기 전에 "손 씻으러 가자" 안아서 데리고 들어가고
밥 먹고 나서 "손 씻으러 가자" 또 데리고 들어갔는데요.
지금은 제가 식사 준비 거의 마무리되면
"손 씻고 오세요" 하면
혼자서 올라가서 척척 다 씻고 내려와서 식탁에 앉습니다.
"혼자 씻을 수 있지?" 하면 얼마나 뿌듯한 표정을 짓는지.
한 번씩 손 씻다가 눈 마주치면 손을 치켜들어 최고! 외쳐주면 또 얼마나 뿌듯해 하는지.
혼자 씻으라고 했더니 물장난도 안 해요.
얼른 물 끄고 "혼자서 껐어!!!!" 외칩니다.
정말 너무너무 뿌듯한가봐요.
엄마도 너무 편해지고,
아이도 너무 좋아해요.
밥 먹고 나서 여기에 스스로 식판을 넣기도 합니다.
요즘은 설겆이까지 혼자 해준다고 물로 헹궈주기까지 하네요.
혼자 손도 씻을 수 있게 한켠에 핸드워시도 놓아두었습니다.
물론 아직 거품은 엄마가 짜줘야 하지만요.
아이가 화장실에 혼자 들어가서 씻는다고 하면
아직은 엄마가 곁에서 봐줘야 할 텐데요.
아이 씻는 곳이 주방과 거실에서 잘 보이는 곳에 있으니
하던 일 멈추지 않고 눈으로 살필 수 있는 점이 특히 만족스러웠어요.
참, 치카 양치한 후에
오물오물 퉤도
이곳에서 합니다.
컵에 스스로 물을 받아서 오물오물 퉤.
치카한 칫솔도 손으로 직접 헹구고요.
그런데 일주일 전부터는 또 오물오물 퉤를 하기 싫다고 주장해서 그냥 마시는 물로 헹궈서 꿀꺽 삼키는 중이에요.
아이들의 마음과 상황은 정말 시시때때로 변하네요.
잘 관찰해서 그때그때 원하는 걸 맞춰줘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워요.
엄마가 몸과 마음에 항상 여유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그거겠죠.
그래야 문제가 있을 때 창의적으로 대응을 해주는데,
여유가 없으면 엄마도 고집 부리고 아이도 고집 부리고. 총체적 난국.
여튼 또 조금 지나면 오물오물 퉤 다시 하겠다고 할 거예요.
아일랜드 싱크대 바로 뒤쪽,
화장실 입구 앞에 아이의 몬테소리 치카존도 만들었습니다.
양치 컵, 칫솔, 치약을 스테인리스 쟁반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원래 저기는 보일러를 가리기 위해 나무로 덮개를 만들어둔 것인데요.
그 높이가 아이 손 닿기에 딱이겠더라고요.
화장실 바로 앞에 있어 '씻는 것'과 연관지어 생각하기도 딱 좋고요.
마침 혼자서 물을 쓸 수 있는 싱크대와도 가깝고.
아무래도 물이 닿을 테니 스테인리스 쟁반을 깔아주고요.
컵도 캠핑 컵으로 사용하던 컵 하나를 내어주었습니다.
캠핑 용품은 생각보다 아이친화적이에요.
가볍고, 깨지지 않고, 고리가 있어 걸거나 수납하기 편하고.
새로 구입한 것 없이
집에 있던 것들로만 일단 환경 조성을 해봅니다.
- 필요한 게 있으면 먼저 새로 사지 말고, 집에 있는 대체품이 무엇일지 살펴볼 것.
저의 원칙입니다.
써보고, 해보고, 그러다가 영 불편하거나 딱 마음에 드는 제품이 보이면 그때 구매합니다.
그럼 거의 실패가 없어요.
예전엔 주방 쪽 구석에 아이 칫솔과 치약을 두고
때가 되면 제가 들고 와서 "이 닦자" 하면서 아이 곁으로 갔어요.
그럼? 아이가 도망갑니다ㅋㅋㅋㅋ
애를 붙잡아서 눕힌 뒤 우는 애를 붙잡으면서 닦는 거예요.
하...... 진짜. 식은땀 나고 도망다니는 애 30분 기다린 적도 있어요.
이 닦고 나면 한 시간 지났는데? 응? 이런 날도 있고.
지금은 "이 닦자!!!!" 하면 스스로 칫솔에 치약 묻혀서 들고 옵니다.
물론 한 번에 성공하는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치카'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아요.
그리고 아이가 1차로 치카한 후에
엄마아빠가 마무리 해주는 2-3분 동안
짧은 동물 영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애를 뒤로 기대게 한 후에 눈 위에 휴대폰으로 틀어줘요.
어린이 치과처럼.
저희 집은 텔레비전도 없고 24개월까지 영상 노출 전혀 안 했는데요.
이 닦을 때 너무 심하게 엄마랑 아이랑 감정이 상하더라고요. 특히 제가.
'이건 아니다' 뭔가 긍정적으로 바꿔보자 생각하다가 찾은 방법이에요.
요즘 한참 동물 친구들을 너무 좋아해서요.
"혼자 이 닦으면서 어떤 동물 친구 보고 싶은지 생각해봐" 말합니다.
그럼 아이가 정해요. 어떤 날은 악어, 어떤 날은 개구리.
보통 그날 엄마아빠랑 같이 얘기하거나 책에서 봤던 동물을 말하더라고요.
그럼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보여줘요.
네셔널 지오그래픽 영상으로요.
치카 마무리 딱 끝나면 영상도 바로 꺼요.
대신 부모가 끄지 않고 스스로 버튼 눌러서 끄게 합니다.
아직까지는 더 보겠다 떼 쓰진 않네요.
이렇게 하고 나서 치카 스트레스가 얼마나 줄었는지 몰라요.
마무리 안 하겠다고 30분을 도망치던 때가 기억도 안 나요.
보고 나서 동물 이야기도 하고, 동물 보고 싶어서 얼른 마무리하겠다고 하고
서로 긍정적인 교류가 있으니
치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감정이 드는 것 같아요.
바로 옆에 청소할 때 필요한 물티슈와 바디로션도 함께 놓아주었습니다.
제가 식사 후에 식탁과 바닥을 닦고 있으면
아이가 꼭 자기도 물티슈를 하나 꺼내달라고 하는데요.
이젠 "00이 물티슈 직접 꺼내 와" 하면 스스로 꺼내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 목욕할 때 필요한
수건도 옆에 함께 두었어요.
아이 씻기고 나오면서
기저귀, 수건, 바디로션 함께 들고 나올 수 있어 편해요.
예전엔 벌거벗은(?) 애를 안고 이리저리 동선이 복잡했었거든요.
'몬테소리 기저귀존'이라고 이름 붙이니 뭔가 거창하지만
매일 쓰는 기저귀도 혼자서 꺼낼 수 있게 진열해둡니다.
당근에서 무료나눔 받은 벽걸이 장식장인데요.
기저귀가 딱 맞게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기저귀 보관함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기저귀 갈자!" 하면 엄마에게 직접 꺼내서 가져다 줄 수 있어요.
기저귀는 의외로 아이의 좋은 장난감인데요.
다 꺼냈다가 채우면서 정리 놀이를 하기도 하고
인형 친구들 씻기기 놀이를 하면서 기저귀 갈아준다는 상황극을 하기도 해요.
한쪽엔 고리를 달아
손에 묻은 물기를 닦을 수 있는 수건도 달아두었고요.
바로 뒤쪽에 있는 아일랜드 싱크대에서 손을 닦은 뒤
내려와서 이 수건에 톡톡 손을 닦습니다.
친구 돌잔치에서 받은 수건에 고리가 달려 있어 매달아주기 좋았어요.
기저귀 한쪽에는 손수건함도 둡니다.
다쓴 주방세제 통이 철제로 단단하고 깨끗해서 씻어서 사용했어요.
아기 손수건은 수시로 꺼내 쓰게 되는데요.
그래서 접지 않고 '넣기만 하는 수납'을 합니다.
사각으로 하나씩 접기 시작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돼요.
맨날 쓰고, 맨날 빠는 거. 그러기 시작하면 진이 빠집니다 빠져요.
엄마는 '환경'인 것 같아요.
엄마의 기분 자체가 아이에겐 가장 중요한 환경이고요.
아이에겐 하루의 일과 모든 것이 배움이고,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는 과정인데요.
'이래야 해' '저래야 해'
'이렇게 해' '그렇게 하면 안 돼'
가르치고 알려주는 데 열중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인 것 같아요.
특히, 울고 떼쓰고 아이와의 일상이 버거워질 때면
아이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우리 같이 고민해보기로 해요.
울고 떼쓰는 시간이 너무 많아져
저도 이런 변화를 시도해본 것인데 대만족이네요.
웃으면서 일과를 스스로 해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왜 진작 이렇게 창의적인 대처를 하지 못 했을까 이전의 시간이 아까울 정도.
탄력을 받아서
'혼자서 옷을 찾아서 꺼낼 수 있는 옷장'
'혼자서 식사 준비를 할 수 있는 식기 수납'까지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준비 되면 또 포스팅 하겠습니다.
오늘도 모든 엄마들에게 화이팅을 보내요.
크고 있는 아가들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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