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SNS 등으로 자기표현의 기회가 많아지면서 '내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꿈을 갖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출판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면 책을 내려면 막상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 주변에서도 출판편집자 10년차인 저에게 책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건너건너 물어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때로는 질문이 가득한 메일을 받기도 하고, 궁금한 질문을 쭉 적어와서 인터뷰처럼 묻고 가기도 합니다. 어떤 질문을 하는지 들어보면 생각보다 더 책 내는 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요. 너무나 실제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베스트셀러 무조건 내게 해준다는 '출판학교' 같은 곳에서 허황된 정보를 듣고 오기도 하시고요. 그래서 오늘은 <내 책을 출판하는 방법 4가지>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내 책을 내기 위해 첫발을 내딛으려는 분들에게 맥을 잡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가장 먼저 '기획 출판'의 개념부터 알아야 합니다. 기획출판이란 출판사에서 먼저 작가에게 '이런 기획으로 작가님과 책을 내고 싶다' 제안을 하는 경우입니다. 편집자가 작가를 발굴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이전에 그 작가가 냈던 책을 보고, TV방송이나 라디오 등 매체로 보고, 블로그나 SNS를 보고, 오프라인 클래스나 강연을 보고, 입소문으로 추천을 받아서 등등. 그런 루트로 이 작가와 이런 책을 내면 좋겠다 아이디어를 얻고 제안을 합니다. 이것을 '기획 출판'이라고 합니다. 기획 출판인 경우 출판(제작 및 유통) 비용은 전액 출판사에서 부담합니다(단, 원고집필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은 작가 부담/출판사 부담 상의 하에 결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작가는 평균적으로 권당 판매가격의 4~10%를 인세로 받게됩니다. 만 원짜리 책이 한 권 팔렸고, 5% 인세 계약을 했다면, 권당 500원이 작가몫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기획 출판'의 경우처럼 출판사로부터 먼저 제안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내가 먼저 출판사에 제안하거나 스스로 출판하는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대다수의 분들이 후자의 경우라 생각됩니다. 기획 출판이 아니라면 내 책 내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내 책 내는 방법 1] 출판사 투고
기획서, 원고(또는 샘플원고)를 준비해서 출판사 이메일을 통해 투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투고를 통해 편집자가 살펴본 뒤 가능성이 보인다고 판단되면 '기획 출판'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투고를 통해 기획 출판으로 진행될 확률이 얼마나 높은가? 라고 한다면, 희박하다고 답하겠습니다. 제 경우, 지금까지 10년 동안 일해오면서 투고 메일에서 기획 출판으로 연결된 케이스는 단 2~3건이었습니다. 하루에 투고 메일은 적으면 2~3통, 많으면 몇 십 통을 받기도 하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원고가 상업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투고에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단, 출판사 입장에서 투고 메일을 받았을 때 허술한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투고 메일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몇 가지만 덧붙입니다.
Q. 어떤 출판사에 투고해야 하나?
검색 엔진에서 '출판사 투고' 관련 글들을 보다 보면 국내 출판사 리스트를 쭉 뽑은 뒤에 거기에 전부 투고 메일을 보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시간과 노력만 허비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책의 원고와 테마, 소재, 성향이 잘 맞는 출판사를 찾는 것입니다. 내 책이 요리 레시피북이라면 레시피북을 많이 출간했던 출판사를, 여행 에세이라면 여행 에세이를 많이 출간했던 출판사들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문학 출판만 전문으로 하는 곳에 레시피북 원고를 보낸다면, 또는 역사 관련 책을 많이 내는 곳에 여행 에세이 원고를 보낸다면 읽지도 않고 휴지통에 버려질 확률이 99%입니다. 제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대형서점에 가서 내 책과 유사한 책들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책의 맨 앞이나 맨 뒤를 보면 출판사 이메일이 적혀 있는 페이지(판권 페이지)가 있습니다. 그 메일로 투고를 하시면 됩니다.
Q. 투고 메일에 꼭 적어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사실 이 부분은 편집자마다 관점이 다를 것입니다. 제 경우를 기준으로 말씀드립니다. 저는 1. 저자 이력 2. 판매 가능성 이 두 가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봤습니다. 첫 번째로 원고 내용이 좀 별로더라도 저자 이력이 특별하다면 눈에 띄었습니다. 원고 내용이야 기본 글솜씨가 있다면 이후에 방향을 상의하면서 잡아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습니다. 특히 저자 이력 중에서도 클래스나 강연 경험, 프로그램 운영 경험 등 책 내용을 실제로 대중에게 선보인 경험이 있다면 굉장한 플러스 요인이었습니다. 물론 블로그나 SNS 팔로워가 많다면 이 또한 대중들이 그 테마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한 플러스 요인입니다. 공무원이 여행 에세이를 들고 투고를 하는 것보다, 평생 여행 가이드로 일해왔던 분이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 에세이를 투고 했을 때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책과 관련된 이력을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판매 가능성인데요. 최근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거나 앞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소재의 책이거나, 작가의 영향력이 있어서 판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눈에 띕니다. 예를 들어, 작가의 강연이 많아서 스스로 현장 판매가 가능하거나, 교재로 사용할 수 있거나, 팔로워가 많아서 SNS 통한 홍보가 가능한 경우가 있겠습니다. 장황한 말들로 꾸민 기획서보다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얼마나 특별한 이력들을 쌓아왔는지, 대중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작가로서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를 진솔하게 서술한 기획서가 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내 책 내는 방법 2] 1인 출판
본인이 직접 출판사 사업자를 내고 책의 기획 및 제작부터 유통까지 총괄하는 방법입니다. 출판사 사업자를 내는 건 조건이 까다롭지도 않고 절차도 간단합니다. 다만 출판의 전 과정을 스스로 진행하는 일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점은 각오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이 교정교열, 디자인, 제작 각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해 작업을 의뢰해야 합니다. 요즘은 <숨고> 같은 재능판매 사이트에서 교정교열, 디자인 등의 작업도 맡아주는 분들이 있으니 좀 더 수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쇄소도 직접 알아봐야 합니다. 대형서점 입점 요청도 직접 해야 합니다. 주문이 들어왔을 때 택배도 직접 발송해야 합니다. 1인 출판사 대상으로 유통과 배송을 맡아 관리해주는 업체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업체를 하나 낄 때마다 비용이 부담스럽게 뛰기 때문에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책이 생각처럼 잘 팔리지 않았을 때 재고 부담도 생각해야 합니다. 집의 한 켠에 책 무더기가 쌓일 수도 있습니다.
1인 출판사로 일하는 이슬아 작가의 경험들이 담겨 있어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칼럼입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38270
반면 1인 출판의 장점도 있습니다. 모든 것을 출판사와 상의해야 하는 기획 출판과 다르게 모든 것을 내가 원하는 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내 자신이 출판사 사장인 셈이니까요. 내가 만들고자 하는 책의 방향이 확고한 경우, 1인 출판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책이 잘 팔렸을 경우 기획 출판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내가 가져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위에서 기획 출판으로 만 원짜리 책을 출간했고 인세 5% 계약을 했다면 작가에게 권당 500원의 수익이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반면 1인 출판을 통해 만 원짜리 책을 출간했다면, 권당 약 6천 원 정도 수익이 돌아옵니다. 교보문고, YES24 등에 책을 정가의 60% 가격(평균적으로)에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또, 블로그나 SNS를 통해 독자에게 직접 배송했다면 권당 만 원의 수익이 돌아오게 됩니다. 따라서 작가 스스로 판매를 많이 할 자신이 있고, 전 과정을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컨트롤 하고 싶다면 1인 출판도 생각해볼 만한 옵션입니다.
[내 책 내는 방법 3] 자비 출판
내가 스스로 비용을 내서 자비로 출판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업 출판사에서는 보통 자비 출판을 하지 않습니다(가끔 예외는 있습니다만). 검색창에 '자비 출판'이라고 검색하면 자비 출판이 가능한 출판사 리스트들이 뜹니다. 자비 출판을 도와주는 출판사들에는 교정교열자,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내 원고를 출판사에 주면 교정을 봐주고, 디자인도 해주고, 인쇄까지 진행을 해줍니다. 단, 이때 발생하는 교정교열 비용, 디자인 비용, 인쇄 비용은 내가 자비로 부담합니다. 미리 이에 대한 견적을 출판사로부터 받아보고 결정하시면 됩니다. 견적은 출판사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두 곳 이상에서 견적을 받아본 후 비교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비 출판을 하면 일반적으로 전국 대형서점에 유통까지 출판사에서 도와줍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내 책을 검색하면 뜰 수 있게 해주는 거죠. 그러나 저자가 유통까지는 원하지 않고 인쇄 제작까지만 원할 경우 출판사와 협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강사인데 책을 내서 강의 교재로만 활용할 생각이라면 굳이 대형 서점에 유통할 필요 없이 직접 판매해도 될 것입니다.
Q. 출판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책의 크기, 페이지, 컬러냐 흑백이냐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입니다. 책의 크기가 작고 페이지가 적을수록 비용은 낮아집니다. 흑백 인쇄보다 컬러 인쇄 비용이 2배 이상 비싸집니다. 각자의 책의 모습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비용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략적으로 얼마 정도 예상하면 되냐고 물으시면, 500만원~1000만원 사이에서 생각하시라고 답해드립니다. 여기엔 교정교열, 디자인, 인쇄 비용이 모두 포함된 비용입니다.
[내 책 내는 방법 4] 반기획 출판
자비 출판을 도와주는 출판사에서 '반기획 출판'이란 것을 하기도 합니다. 전체 제작 비용의 얼마를 출판사에서 지불하는 대신 책이 판매되면 출판사도 어느 정도의 인세를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출판사에서 판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원고에 대해 반기획을 합니다. 판매 가능성 없어 보이는데 굳이 출판사에서 비용을 대줄 이유는 없겠지요. 판매 수익은 출판사와 저자가 50:50, 40:60, 70:30 등 협의 하에 나누기로 계약합니다. 출판사에서 더 많은 판매 수익을 가져가길 원하면 보통 더 많은 제작 비용을 부담합니다. 저자의 비용 부담은 낮아지게 됩니다. 반대로 저자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한다면 후에 저자가 더 많은 판매 수익을 가져가게 됩니다. 당장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는 분이라면 이렇게 반기획 출판을 제안해보시는 것도 가능하겠습니다. 다만 반기획 출판을 제안하려면 내 책의 판매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출판사에 어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내 책을 출판할 수 있는 방법 4가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나에게, 또는 내 책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내 책이 상업적으로 판매 가능성이 높은가? (그렇다면 출판사 투고가 가장 적합합니다.) 내가 원하는 책의 모습이 매우 확고한가? (그렇다면 1인 출판이 적합할 수 있습니다. 기획 출판은 출판사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1인 출판을 할 자신은 없고 전문인력의 도움이 필요한가? (자비 출판을 통해 출판사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비용을 저자가 부담하기 때문에 저자의 의견이 출판사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됩니다.) 내 책은 어디에 가장 적합한가요? 꿈을 향해 한걸음 내딛으시는 데 도움되었길 바라봅니다.
출판사에 원고 투고하는 법
>>punch-aejung.tistory.com/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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