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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스트레스 푸는법 :: 번아웃우울증 해소한 나의 방법 공유해요

결혼출산

by 애정펀치 2023. 9. 2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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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로 완전히 지쳐버린 나,  누가 좀 도와주세요

깊은 터널을 지나오던 때가 있었어요. 그 기간이 꽤 길었고, 아무도 곁에 없는 것처럼 너무 외롭고 힘들더라고요. 엄마가 처음이라 육아스트레스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는 우리. 이제 좀 겪어보면서 저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데요. 저와 같은 고민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해서 저의 육아스트레스 해소법 10가지 적어봅니다. 글이 좀 길어요~
 
 
 
 
 
 
 
1. 목욕탕/사우나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육아스트레스에 쩔어서 번아웃 상태가 됐을 때는 운동을 할 만한 의욕도 없고 몸도 축축 쳐저서 움직여지지가 않아요. 손 하나 까닥하기 싫다,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실 이런 상태죠. 그럴 때 정말 추천하고 싶은 게 목욕탕에서 뜨거운 탕 목욕을 하는 거예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사우나에서 땀 쫙 내고, 떼타올로 맨들맨들 밀고 나면. 무거웠던 몸도 가벼워지고 기분도 한결 좋아져요. 운동할 의욕이 없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목욕탕 가보시는 걸 강력추천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따땃하게 몸을 지지면 정말 좋아요. 목욕 끝내고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수 하나까지 사먹으면 기분이 얼마나 좋아지게요~
 
 
 
 
 

 
 
2. 맨발걷기

이것도 운동할 기력조차 없을 때 몸을 회복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쉬운 방법이에요. 어싱(earthing) 들어보셨나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맨땅을 밟아 땅의 좋은 기운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해요. 어싱은 과학적으로도 이미 효능이 입증되었어요. 꾸준히 하면 몸의 통증, 불면, 생리통, 우울, 진정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요즘은 지자체에 맨발걷기 길을 조성해 놓은 경우도 많아요. 혹시 없다면, 걷지 않아도 괜찮아요. 맨발을 벗고 땅에 대고 서거나 앉아 있기만 해도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하네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칠 때 맨발을 맨땅에 대보세요.
 
저도 정기적으로 맨발걷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요. 촉촉한 땅이 발에 닿는 기분이 일단 너무 편안하고 좋고요. 뜨겁게 열 받았던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을 확실히 받아요. 혈액순환도 잘 되는 느낌. 그냥 걷는 것보다 훨씬 더 기분이 좋아요. 맞아요, 일단 맨발 걷기는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3. 코인노래방
 
저는 육아스트레스로 숨이 잘 쉬어지지 않고, 가슴이 콱 조이는 등 증상을 느꼈었어요. 가슴에 돌덩이가 있는 것처럼 답답할 때가 많았는데요. 뭔가 이걸 터트리지 않으면 홧병으로 수명이 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코인노래방에 가봤어요. 맘껏 소리 지를 수 있는 곳.
 
처음에 코인노래방 가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어요. 어색하고, 가본 적도 없고, 어린 애들 노는 곳 같고. 그런데 웬걸요. 요즘 코인노래방 시설 좋은 곳은 너무 깔끔하고 좋더라고요. 그리고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성인들도 정말 혼자 노래하러 많이 오시더라고요. 눈치 볼 필요 전혀 없고 혼자서 신나게 노래 부르다 올 수 있어요.
 
평일 할인 받아서 3천원인가 내면 한 시간 실컷 노래 부를 수 있었어요. 처음 갔을 땐 목소리가 콱 막혀서 소리가 잘 안 나오더라고요. 20대 땐 목소리가 꽤꼬리처럼 자유자재로 나왔었는데.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갈 때마다 노래 소리가 크게 나왔고 한 시간 샤우팅 하고 나면 가슴이 시원해지는 걸 느꼈어요. 좋아하는 노래 실컷 한번 불러보세요. 좋으면 또 가서 또 부르세요. 가슴이 시원해질 때까지.
 
 
 
 
 
 
 
 
 

4. 전신마사지

마사지 역시 운동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 스포츠 마사지, 아로마 마사지 전신으로 받고 나면 몸이 좀 깨어나고 기분도 나아집니다. 저는 엄마랑 둘이 같이 예약해서 받으러 가곤 했어요. 육아스트레스가 꽉 찼을 때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해요. 돈 얼마가 중요한 게 아니고 돈을 써서 회복할 수 있다면 얼른 회복해야 사랑하는 아이가 힘들지 않아요. 엄마가 지치면 가장 힘든 건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5. 소설책 읽기

독서를 6분 이상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낮아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 서점을 가도 도서관을 가도 육아 관련 책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사실이에요. 이유식 책, 육아법 책 이런 것들이요. 그런데 번아웃 상태일 때 육아 관련 책까지 읽으면 스트레스를 더하는 꼴이 되더라고요.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내가 못 하게 있는게 뭔지 자책하게 되고. 빨리 집안일 하고, 요리해야 할 것 같고. 
 
의식적으로 육아 책을 멀리 하고 전혀 상관 없는 책을 읽어보세요. 그런데 자기계발서처럼 채찍질 당하는 책들은 지친 마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고요. 아예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소설책 읽기 정말 추천해요. 경주마처럼 육아에 몰입해서 우리 지친 거잖아요. 다른 세계로 보내주는 소설책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정신이 환기할 수 있어요.
 
 
 
 
 
 
 
 
 

 
6. 여자 사람과 수다수다수다

저도 초반엔 복잡하고 답답한 이 마음을 알아달라고 남편을 많이 닥달했네요. 왜 내 마음을 몰라주냐, 더 알아달라, 들어봐라. 달달달달 볶았어요. 남편과의 사이는 더 나빠졌고, 마음이 더 답답해지는 악순환이었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아, 남자들은 내가 말하는 이 마음이 뭔지 전.혀.모.르.게 태어난 존재구나. 나를 안 사랑해서도 아니고 고칠 수도 없는 문제구나.
 
그럼 이 마음을 누구와 공유해야 하나요? 여자 사람과 해야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같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가 좋아요. 공유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요.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나 남편 흉도 좀 보고, 복잡미묘한 마음과 기분에 대해 토로하세요. 예전엔 저도 이런 여자들의 험담(?)류 극혐하던 사람인데요. 안 겪어봐서 그런 거예요. 말을 쭉 쏟아내고 나면 속이 좀 시원해집니다. 여자들은 말로 쏟아내도록 태어난 존재인가봐요.
 
한때는 카톡 오픈채팅방에 #지역 #육아 키워드 입력해서 몇몇 방에 가입하기도 했어요. 시댁, 육아, 집안일, 남편 등등 여자들하고만 할 수 있는 이야기 카톡에라도 할 수 있어요.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라서 더 적나라하게 고민상담 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7. 비싼 혼밥 사먹기

아빠한테 아이 잠시 맡겨두고 혼자 비싼 레스토랑에 가보세요. 코스 요리, 인스타 맛집 등 아이와 절대로 같이 못 가는 그런 곳. 혼자서 천천히 음식 자체를 음미하면서 먹는 우아한 식사 한 끼가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한동안 혼자 밖에 나가는 날이면 '오늘은 어떤 우아한 식사를 하지' 고민 많이 했답니다.
 
저는 천천히 건강한 식사하는 걸 참 좋아하던 사람인데요. 아이 낳은 뒤로는 '그냥 아무 음식이나 입에 빨리 넣는다'가 되버렸어요. 아이부터 먹이고 나서 식은 밥, 식은 국을을 입에 떠넣으면 왜 그리 슬프던지요. 두 돌 전까지는 식사가 전쟁이어서 식사 때마다 슬퍼졌던 것 같아요. 마음을 회복하려고 맛있는 밥을 사먹기 시작했어요. 초밥, 스파게티, 일본라멘 등등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기뻐졌어요.
 
 
 
 
 
 
 
 
 
 

 
8. 옷, 화장품, 악세서리 쇼핑

아기 낳은 뒤에 멀어진 세 가지예요. 예쁜 옷, 화장, 귀걸이 반지.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멀어지더라고요. 애는 꼬까옷 입히고 나는 아무거나 주워 입고 나갈 때가 많고. 애 보채는데 화장 찍어바르고 있을 시간도 없고. 거추장스러운 귀걸이 목걸이 반지 싹 빼게 되고. 거울 속 내 모습은 애 키우다 지친 아줌마 그 자체.
 
오랜만에 나를 위한 예쁜 것들 사고, 실제로 하루쯤 예쁘게 꾸미면 기분도 좋아지더라고요. 저는 오랜만에 원피스 한 벌, 작은 틴트 하나, 실반지 이렇게 샀었는데요. 너무 오랜만이라 낯설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반갑고 그랬어요. 처음 그렇게 시작하고 나니까 나를 가꾸고 꾸미는 데에도 재미가 붙더라고요. 지금은 외출할 때면 3분이라도 비비크림 바르고, 틴트 바르고. 그 정도만 해도 거울속 사진속 내 모습이 맘에 들어 기분이 가벼워져요.
 
아! 그리고 미용실 가서 스타일 확 바꾸는 것도 기분전환에 많은 도움이 되지요.
 
 
 
 
 
 
 
 

 
 
9. 집안일 양도
 

사실 집안일을 분담하고, 나누고, 간결하게 없애는 것은 장기적으로 육아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육아스트레스의 70% 이상은 몸이 지쳐서인 것 같아요. 잠도 제대로 못 자, 밥도 제대로 못 먹어, 쉬지도 못 해. 그 상태에서 아이의 감정을 받아줄 여유가 남아 있겠어요? 그러니까 애한테도 짜증. 그 뒤에 몰려오는 죄책감. 이런 것들이 악순환인 거죠. 
 
우리는 오직 엄마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해요. 엄마만 할 수 있는 일? 아이과 눈맞춰주고 사랑을 주고 말을 들어주는 일이겠죠. 우리의 체력과 에너지는 엄마만 할 수 있는 그 일에 써야 하더라고요. 아이 보는 게 집안일보다 더 힘들다고요? 맞는 말인데, 아이에게만 오직 집중해서 하루를 보내보면 마음이 충만해지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보통은 아이랑 같이 머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안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하루를 보내게 되죠.
 
지금 번아웃 상태라면 아이 밥을 사서 먹입시다. 이유식, 유아식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업체들 정말 많아요. 막상 사려니 가격이 좀 부담되지만 눈 딱 감고 사자고요. 일단 엄마 몸과 마음이 추스러질 때까지만이라도. 지친 엄마가 만들어주는 밥보다 웃으면서 시판 음식 먹여주는 엄마를 아이도 더 원할 거예요.
 
빨래, 청소, 설겆이. 할 수 있다면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합시다. 그것도 안 되면 부모님께 SOS를 요청합시다. 혼자서 해내려는 마음을 버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죽는 소리를 해서 도와달라고 합시다.
 
남편에게는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기대는 싸움의 씨앗이 되더라고요). 하지만 반드시 가사를 분담해야 합니다. 못 하는 걸 해달라고 요청하지 말고, 남편이 잘 하는 것을 시킵시다. 남자들은 정확한 요일, 시간, 횟수, 방법을 지정해서 집안일을 부탁하면 잘 해결하더라고요. '집안일 좀 해줘'라고 요청하지 말고 '매일 퇴근 후에 세탁기에 빨래하기, 매일 출근 전에 음식쓰레기 버리기를 담당해줘' 이렇게 로봇에게 입력하듯이 정확한 정보를 요청하세요.

 
 
 
 
 
 
 
 
 
 
 

10. '해야 하는 일' 말고 '하고 싶은 일'부터 생각하기

아기 재울 때 옆에 누워서 보통 무슨 생각하세요? 저는 워낙에 책임감이 강하고 열심히, 열심히가 몸에 벤 사람이라 그런지 아기 재울 때 항상 '애기 자고 나면 뭘 해야 하는지'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설겆이 하고, 내일 아침 메뉴 만들어놓고, 업무 메일도 보내야지 등등. 그런데 정말 해야 할 일은 끝이 없는 거예요. 끝이 없는 터널을 혼자 걸어가는 느낌. 육아는 단기에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전인지라 계속 그렇게 할 일, 할 일, 할 일이 반복되니까 너무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바꿔서 아기 자고 나면 나 뭐 하고 싶지?' '뭐 하면 재밌을까?' 이런 걸 의식적으로 생각해봤어요. '일단 시원하게 맥주를 한 잔 마시자' '찜질팩으로 눈 찜질도 좀 하고 싶어' '오랜만에 욕조에 물 받아서 반신욕을 할까' 이런 생각을 우선적으로 하고 실제로 그것부터 하나씩 해봤더니 훨씬 덜 지치더라고요.
 
아마도 육아스트레스가 극심한 분들이나 번아웃 오신 분들은 저처럼 너무 열심히 하려는 분들일 가능성이 커요. 근데 이게 쉬엄쉬엄 해도 된다고 사람들은 말하는데, 성향 자체가 그런 사람들은 마음처럼 쉽지 않아요. 나도 쉬고 싶죠. 나도 즐기고 싶죠, 나도 안 하고 싶죠. 근데 시스템이 책임, 노력, 할 일, 열심 이렇게 맞춰져 있는 걸 어떡하겠어요. 하루 10분만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게 엄마한테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아기 재운 뒤에 '하고 싶은 거 딱 한 가지'부터 한번 해보세요.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이 되더라고요.
 
 
 
 
 
 
 
 
 
 
 

'난 지금 너무 지쳤어' 인정부터

아이에게 온화한 엄마가 되어주지 못 할 때면 '내가 부족해서 그래' '내가 더 노력해야 해' 자신을 채찍질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 그냥 내 몸이 너무 지쳤기 때문인 거더라고요. 한때는 내 자신이 아무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은 고목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 뽑아내서 더 이상 뽑아낼 것도 없는 상태. 
 
나는 지금 너무 지쳤어. 여기까지가 내 한계야. 라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우리. 그리고 아이에게도 '엄마는 지금 너무 지쳤어. 그래서 못 해'라고 말로(화내지 말고) 선을 긋고 표현해요. 또 주변사람들에게 '나 너무 힘들어, 도와줘'라고 솔직하게 약함을 표현해야 해요. 그래야 다시 일어설 수 있더라고요. 제 경우엔 그랬어요.
 
하나씩, 하나씩 나를 회복시킬 수 있는 일들을 쌓아나가다 보면 어느새 몸에 힘이 많이 붙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고목이었던 저도 이제 새싹도 피우고, 꽃도 피우는 것 같은 느낌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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