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신초기의 치질: 임신 초기에 분비되는 황체 호르몬 때문에 변비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2. 철분제 복용 부작용: 철분제 섭취 후 변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변비가 생기면 배변 시 힘을 많이 주게 되는데 이때 항문에 자극이 가면서 치질이 발생하기 쉽다.
3. 임신 중기 이후: 태아가 성장하면서 커진 자궁이 장을 압박하여 변비가 생기기 쉽다.
4. 출산 후: 출산 후에도 항문 기능이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항문 밖으로 치핵이 밀리면서 치질이 생기기 쉽다.
나는 임신 전에 변비가 뭔지 모르던 사람. 1일 1쾌변이 당연한 그런 사람이었다. 임신 초기에 태어나 처음 변비 증상을 느꼈다. 매일 가던 화장실을 2~3일에 한 번 가기 시작했고,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다행히 임신 초기의 변비는 입덧이 나아지고 섭취하는 음식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되었다. 아마도 입덧 때문에 수분 섭취량과 음식 섭취량이 절대적으로 줄어서 일시적으로 변비가 생겼던 게 아닐까 싶다.
진짜 문제는 임신 중기에 다시 생겼다. 어느 순간부터 항문 밖으로 동글동글 포도알 두 개가 나와 있었다. 임신 초기에도 가끔 그럴 때가 있었는데,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면 스스로 다시 들어 갔었다. 근데 이제는 나와서 스스로 들어가지 않는 것!! 변을 보고난 뒤에는 튀어나온 치핵에 통증이 느껴졌다. 압력이 가해져서 그런지 배변 직후에는 튀어나온 포도알이 더 커져 있었고, 의자에 앉기도 힘들었다.
산부인과 정기검진 때 치핵이 튀어나와 너무 고통스럽다고 했더니, 선생님은 "어쩔 수가 없다"라고 했다. 증상이 정말 심하면 치질 연고를 써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임신 중에는 뭐든 조심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시라고. 최대한 잘 관리하면서 출산 때까지 버텨보는 수밖에 없다고. 하루 두세 번 정도 일단 좌욕을 해보자고 좌욕기를 처방해주셨다.
임산부 치질 관리의 핵심은 변비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충분한 수분 섭취 아닐까 싶다. 임산부는 태아에게 공급할 혈액까지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더 많은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가능하다면 2.5리터까지 마시길 권장하더라.
나는 일단 2리터부터 도전했는데, 실천해보면 쉬운 일이 아니다. 큰 컵으로 하루 8잔 마셔야 하는 양. 냉장고 칠판에 물을 몇 컵이나 마시는지 체크하면서 마셨는데, 최선을 다해도 6잔에서 끝나는 날이 많았다. 안 그래도 임신하고 화장실 들락거리느라 하루가 다 가는데, 물까지 많이 마시면 거의 화장실 문이 닳도록 들락거려야 하는 귀찮음이 있다. 그래도 필사적으로 물을 마셔야 변이 부드러워지고 장 운동이 활발해져 우리의 항문을 지킬 수 있다!
맘카페에 변비 때문에 괴롭다는 글이 종종 보이는데, 그때 물을 많이 마시라고 추천해주는 댓글은 거의 없었다. 이거저거 좋다는 다른 음식 추천은 많았지만. 하지만 물은 변비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점! 꼭 기억하자!
나는 병원에서 처방 받은 병원용 좌욕기를 사용한다. 증상이 심한 초기에는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 지금은 저녁에만 하루 한 번 한다. 좌욕 방법은 간단하다. 변기 위에 좌욕기를 올리고, 뜨뜻할 정도의 물을 받은 후 5분~10분 정도 앉아 있으면 된다.
단, 좌욕 전에 항문과 엉덩이를 청결하게 씻는 게 좋다. 지저분한 균이 있으면 질로 들어가 질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저녁에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샤워 직후에 좌욕을 하고 있다. 유난히 증상이 심한 날은 아침에도 추가로 좌욕을 해줬는데, 이때도 좌욕 전에 샤워기로 항문과 아래쪽을 청결하게 씻은 후 좌욕을 했다.
좌욕이 끝나면 항문이 말랑말랑 부드러워진 상태인데, 이때 튀어나온 포도알(치핵)을 손가락으로 쏙 밀어넣으면 잘 들어가진다.
샤워할 때 뜨끈한 물을 샤워기로 항문에 3분 정도 쐬여주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된다. 수시로 항문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게 좋기 때문에. 어차피 샤워할 때 몸에 물을 묻혀야 하니 이렇게 3분 정도 시간을 할애하는 건 부담이 안 된다. 그렇다고 쪼그려 앉으면 복부에 압력이 높아져 항문에 안 좋다. 배가 불러 있는 상태여서 쪼그려 앉는 자세도 어렵다. 그래서 나는 변기에 한쪽 다리를 걸쳐 올린 채로 샤워기를 항문 쪽으로 갖다 대고 물을 쐬여줬다. 수시로 항문을 깨끗하게, 따뜻하게, 부드럽게!
변비를 호전시키려고 임산부들이 '푸룬'이나 '요구르트' 같은 걸 많이 구매해서 먹는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식사로 뭘 섭취하는가 인 것 같다. 튀긴 음식, 인스턴트,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를 챙겨봐야 아무리 푸룬이나 요구르트를 먹어도 소용이 없다.
변을 부드럽게 하고 장 운동을 도와주는 채소와 해조류 위주로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 경우, 가장 확실하게 효과를 봤던 것이 '미역'이다. 미역을 솥 가득 넣어 미역밥을 해서 먹은 다음 날, 당시 변비가 심할 때였는데도 정말 시원하게 변을 봤다. 변비 만큼이나 설사도 항문을 예민하게 만들기 때문에 좋지 않다. 설사를 유발하기 쉬운 기름기 많은 음식도 주의가 필요하다.
적당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임신중이라 몸이 늘어지기 쉬운데, 먹기만 하고 활동량이 너무 적으면 몸의 순환과 장 운동이 활발하지 못해 변비가 생기기 쉽다. 적당히 걷거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임산부 요가 등을 해보자. 나는 유튜브에서 '임산부 요가'를 하루 30분 이상 따라하는데, 운동을 시작하면서 확실히 변비 증상이 개선되었다. (유튜브 '지음요가' 추천!)
다리를 쪼그려 앉는 것은 자궁 수축이 올 수도 있고 복부 압력이 높아져 항문 압력도 높아지기 쉬우니 하지 말 것. 찬 바닥에 앉지 말고 따뜻한 곳에 앉을 것(그렇다고 임산부가 전기장판 등을 사용하는 것은 양수가 뜨거워질 수 있어서 금지!). 나는 한참 치핵이 튀어나왔을 땐 곡물을 덥혀 찜질하는 찜질팩 위에 10분 정도 앉아 있기도 했다. 확실히 차가울 때보다 따뜻할 때 항문이 부드러워지면서 통증도 덜해지고 치핵도 더 안으로 들어간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치질에 좋지 않으니 주의할 것!
그리고 배가 무겁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배를 앞으로 쭉 내밀고 엉덩이를 뒤로 뺀 채 서 있기 쉽다. 나는 항상 서 있을 때 의식해서 똑바로 서려고 노력했고, 항문과 허벅지에도 적절한 힘을 줘서 똑바로 조이고 있으려고 노력했다. 엉덩이, 허리가 다 풀린 채로 맘대로 서 있으면 허리 통증도 심해지고 치핵도 더 심하게 튀어나오는 느낌이었다.
치핵이 심하게 부은 채로 튀어나왔던 때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매일매일 위의 생활습관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썼더니 증상이 80% 정도 호전됐다.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치핵이 빼꼼 고개를 내밀기도 하지만, 좌욕을 해주면 금방 잘 들어간다. 항문 통증도 사라졌고, 변을 볼 때의 고통도 거의 사라졌다(물론 예전처럼 1일 1쾌변 하지는 못하지만). 초반엔 정말 고통스러웠는데 최선을 다해 관리해주니 호전되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게 쭉- 살살 잘 관리하면서 출산을 겸허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치질/치핵으로 고통 받고 있는 임산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되는 경험담이었길 바라며 :)
친구출산선물/신생아출산선물 추천 :: 임산부 직접 선정 BEST 4 (0) | 2021.01.05 |
---|---|
(임산부 경험담) 태아보험 가입 :: 시기/가격/보장내용/특약 (0) | 2020.12.24 |
임산부 식단조절/체중관리 도전중: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아ㅠㅠ (0) | 2020.11.18 |
출산준비물 리스트: 미니멀 라이프. 꼭 필요한 거만 (0) | 2020.11.05 |
임산부 면 레깅스 추천: 해피텐(편한 레깅스/광고협찬아님) (0) | 2020.10.24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