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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거부와 적응 팁 공유 :: 36개월 첫 등원

결혼출산

by 애정펀치 2024. 3. 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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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 이제는 가자! 어린이집

 

어쩌다 세 돌을 꽉 채워 가정보육 했습니다. 사실 24개월 후엔 어린이집 보내도 되겠다 생각했는데, 첫 아이라 어린이집 입소 일정 같은 것에 무지하다 보니 새학기 시기를 넘겨버리고 말았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기 건 상태로 1년 더 집에서 시간을 보냈네요. 남편도 저도 번갈아가며 아이를 풀케어 하느라(부모님 도움도 받지 않고) 진이 쏙 빠지는 3년이었지만, 돌아보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밀착된 시간이었구나 싶습니다. 

 

어쨋튼 3월부터 우리 아이는 첫 기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등원 3주차 되었네요. 그 흔한 문화센터 같은 데도 안 다녀보고, 거의 엄마 아빠와만 밀착되어 커온 아이인데요. 2주차부터는 울지 않고 등원하고, 낮잠까지 무난하게 성공했네요.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 적응 과정과 집에서 성공적인 적응을 위해 노력해온 팁과 경험을 필요한 분들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 특성

 

아이마다 특성과 성격이 천차만별이라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방법도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 아이는 '말 빠르고 눈치 빠르고 엄청 예민하고(특히 잠자는 것) 밖에서 뛰어놀기 좋아하는' 아이인데요. 저희가 어린이집 등원에서 제일 걱정한 점은 친구들과 선생님, 사람 많이 모인 곳을 아이가 불편해 한다는 점이었어요.

 

시골 주택에 살다 보니 또래 친구들보다 엄마 아빠랑만 들로 산으로 다니며 놀았어요. 그나마 방학 때면 아이 있는 친구들이 정기적으로 저희 집에 놀러와 일주일씩 살다 가고 하면서 또래 친구들을 겪어본 게 전부네요. 집에선 텐션이 엄청 높고 목소리도 쩌렁쩌렁한데 사람 많은 곳에 가거나 자기에게 시선이 집중되면 표정도 말도 확 얼어버렸어요. 같이 어울려 놀기보단 변두리에서 지켜보려고 했고, 놀이터에서도 다른 친구가 가까이 오면 먼저 타라고 비켜줘버리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희 부부도 둘 다 왁자지껄 사람 모여서 복잡하게 노는 걸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아요. 한두 명과 조용한 대화하는 걸 즐기는 편이거든요. 아무래도 그래서 아이도 내향적이고 사람 많은 것보다 조용한 상황을 편해하는 것 같아요. 타고난 부분이 있다 생각하고,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일부러 사람 많은 상황에 내몰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아이가 다니게 될 어린이집은 만1세부터 만5세까지 있는, 총 140명 큰 규모였기 때문에 사람 많은 분위기에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생애 첫 어린이집 적응을 위해 우리가 노력한 것

 

 

1. 아빠와 등하원 한다.

저희 집만 그런가요? 저희 아이는 엄마와 있으면 징징징 피곤하다 힘들다 떼도 많아지다가도 아빠랑 있으면 갑자기 씩씩해지더라고요. 엄마에게는 한없이 아가처럼 굴지만 아빠와는 1:1 인간 대 인간 대등하게(?) 행동하는 경향. 그래서 저희 아이는 기저귀 떼기, 변기에서 쉬 하기, 샴푸 캡 하기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을 대부분 아빠와 있을 때 처음 시도했어요. 엄마한테는 못 해 해줘 어리광 부리지만, 아빠와 있다가는 '해볼래!' 할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어린이집 등하원도 아빠가 전담하기로 했습니다. 엄마와 빠빠이 하고 떨어지는 것보다 아빠와 떨어지는 게 더 쉬울 것 같았거든요. 좀 더 마음이 독립적이고 씩씩한 상태일 것 같달까요. 물론 아빠와 있어도 초반엔 울고불고 했지만, 엄마보다 조금 쉽게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참고로 저희는 어린이집 등원 전 사전 오티 때부터 무조건 아빠와 함께 갔습니다.

 

 

 

 

 

2. 좋아하는 메뉴, 간식이 나온다고 말해준다.

저희 집은 최근까지도 거의 외식 없이 집밥 위주로, 건강한 식단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인데요. 시중에 파는 일반 빵이나 과자, 가당 요거트 같은 것도 거의 안 먹거나 특별한 날에만 먹곤 했어요. 그래도 어린이집에서 나오는 간식이나 식사는 가리지 않고 다 먹일 생각입니다. 블루베리쨈빵, 초코케이크, 꿀떡 등 제가 사먹이진 않았겠지만 어린이집에서 가끔 나올 때면 아이에게도 이제는 다양하게 맛볼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좋아할 만한 다음날 메뉴를 보면서 기대감을 심어줬습니다. '와! 내일 낮잠 자고 나면 꿀떡이 간식이래!' '와! 오늘 오전 간식은 00이가 좋아하는 딸기네!' '내일 밥은 간장떡볶이네!!' 아이들은 먹는 것에 참 약해요. 저희 아이는 집에서 못 먹어본 것이나 제한적으로 먹었던 간식이 나오면 눈을 똥그랗게 뜨고 관심을 가지곤 했습니다.

 

 

 

 

 

3. 친구 얼굴, 선생님 얼굴 사진을 적응 기간 내내 집에 붙여둔다.

첫 등원 때 어린이집에서 에이포 용지에 친구들 얼굴 사진+이름, 선생님 사진+이름이 써진 걸 뽑아서 보내주셨어요. 이걸 아이가 항상 앉아 노는 매트 옆 벽에 붙였어요. 아이가 관심을 보일 때마다 하나하나 가리키며 이름도 불러보고요. 키즈노트에 올라온 사진과 비교하면서 '아, 오늘 00이랑 요리 놀이 하면서 놀았구나?' 하면서 이름 부르며 대화하고요.

 

일주일 쯤 지나자 아이도 '오늘은 00이가 안 왔어' 하면서 특정 친구 이름을 불러보기도 하더라고요. 낯선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긴장이 많이 될 텐데,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눈에 얼굴을 익히면 조금이나마 익숙해지지 않을까요?

 

 

 

 

 

 

4. 등원 확정 후, 어린이집 주변을 자주 산책한다.

어린이집 주변을 지나갈 때마다 '3월부터 00이가 다닐 어린이집이야' 하면서 말해줬어요. 그리고 어린이집 근처 놀이터나 운동장에 가서 공놀이를 하며 아빠와 놀기도 했고요. 어린이집 근처로 자주 어슬렁거리면서 가는 길, 주변 풍경, 어린이집 입구를 자주 경험하게 해주었습니다. 

 

 

 

 

 

 

5. '언니' 자부심을 자극한다.

저희 아이는 이제 세 돌을 지났기 때문에 '혼자 하려는 자립심'과 '나는 이제 아기가 아니라 언니야 하는 자부심'이 최고조에 이르렀어요. '이제 00이는 언니가 되어서 어린이집에 가게 된 거야! 축하해!' 하면서 언니라서 어린이집에 간다고 말해주니 굉장히 뿌듯해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몇 번이나 더 말해달라고 하기도 했고요. 

 

등원 넷째날부터는 울지 않고 들어갔는데, 이때도 아기가 '00이는 언니라서 울지 않아' 하면서 들어갔다고 해요. 스스로 '나는 할 수 있다! 언니니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6. 어린이집 관련 책을 함께 읽는다.

저희 집 아이가 좋아했던 책은 사계절 출판사의 어린이집 그림책 시리즈인데요. 어린이집 물놀이, 어린이집 블록놀이, 어린이집 바깥놀이 등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 위주의 스토리여서 그런지 아이가 지금도 좋아해요. 어린이집 가기 훨씬 전부터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봤는데, 그 뒤로 '어린이집'이라는 곳을 인식하고 가끔 물어보기도 했어요.

 

어린이집 관련 추천도서는 검색하면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체, 스토리로 골라 부모와 함께 읽으면 아이가 어린이집 생활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7. 키즈노트 내용으로 아이와 매일 대화한다.

선생님이 적어주신 내용, 찍어주신 사진을 토대로 아이에게 이야기 하는데요. 특히 부모와 떨어져 있던 시간이지만, 부모가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를 안심시킨다고 해요. 이때 '괜찮았어? 무섭지 않았어? 다친 데는 없어?' 등등 걱정와 우려의 질문보다 '와, 정말 재밌는 놀이를 했구나!' '친구랑 함께 놀아서 더 재밌었겠구나'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해주는 것이 중요해요. 엄마는 새로운 어린이집 생활이 걱정되어서 꼬치꼬치 캐묻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면 아이에게 걱정과 불안의 마음이 전이될 수 있다고 해요.

 

 

 

 

 

 

8. 부모가 담임 선생님, 같은 반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한다.

아이는 부모와 친한 사람에게는 좀 더 쉽게 마음을 엽니다. 등하원 시킬 때 마주치는 담임 선생님과 엄마가 웃는 얼굴로 반갑게 인사한다면 '아, 우리 선생님은 엄마와 친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선생님에 대한 낯선 감정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마주치는 같은 반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 '00아, 안녕!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하면서 친구 이름도 불러주고 반갑게 인사해준다면 아이도 분명 그런 행동을 보고 있을 거예요.

 

사실 친구들에게도 이름 부르며 친밀하게 대하는 건 저희 아이 반의 다른 어머니가 하신 행동을 본 것인데요. 등원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같은 반 아이들 이름을 부르면서 아침에 인사를 건네시더라고요. 아이들은 '어? 누구지?' 하는 눈치였지만요 ㅎㅎ분명 어머니의 숨은 노력이 있으셨을 거라 생각해요.

 

 

 

 

 

 

9. 담임 선생님을 신뢰하고, 아이에 대해 자세히 상담한다.

담임 선생님은 주간 시간 동안 나를 대신해 주 양육자가 되어 주시는 분이시죠. 물론 첫 만남이기 때문에 걱정도 많고 못미더울 수 있지요. 하지만 나보다 전문가라는 점, 평일엔 나보다 긴 시간 우리 아이를 곁에서 겪고 경험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생각하고 담임 선생님을 엄마부터 믿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와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 나누는 대화, 아이가 힘들어 하는 부분, 집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 등 특히 어려움에 대해 담임 선생님께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선생님도 그 부분에 특히 집중해서 아이를 관찰하시고, 의견을 주시고, 가이드를 주시더라고요. 적응 과정에 대해서도 선생님께 등원 시 문제점이나 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들을 솔직하게 신뢰하고 공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0. 3-4월은 외출을 최대한 자제한다.

어른도 첫 출근을 하면 집에 와서 그대로 뻗어버릴 때 있잖아요. 멀쩡하게 잘 다녀왔지만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있느라 신경이 곤두선 채로 하루종일 있었기 때문인데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그래서 완전히 어린이집이 편안하게 느껴질 때까지는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주말이나 어린이집 끝난 후에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편안하게 이완하며 휴식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육아 전문가 분은 3월 한 달은 마트에도 가지 말고 아이들 최대한 집에서 쉬게 해주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괜찮아 보여도, 속으로 애쓰고 있어요

 

등원 4주차인 오늘 아침, 아이가 먼저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빨리가겠다고 보챘어요. 이젠 들어갈 때 울지도 않고 낮잠 자고 좀 더 놀아야 하니 아빠 천천히 오라고 말할 때도 있고요.

 

어린이집 거부감이 줄어들고 울지 않을 정도로 적응했지만요. 지난주 아이 몸은 아팠답니다. 선생님이 수요일에 열이 37.8도로 올라가고 힘들어 보인다고 해서 데려와 이틀 동안 등원 시키지 않고 푹 쉬게 했어요. 원래 있던 콧물 감기에 기침이 더해졌고 열까지 2-3일 올랐습니다. 아마도 적응 과정이 아이에게도 스트레스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너무 안쓰럽게만 보지 않고 '우리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구나, 기특하다'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너무 몰아세우진 말아야겠지만 할 수 있고 잘 하고 있다는 태도를 가져주면 아이도 부모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받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린이집 적응을 위해 저희가 노력한 부분들을 적어봤는데요. 부모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작게나마 팁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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