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가사분담 엑셀 표 공유할게요 :: 육아 집안일로 인한 부부싸움 줄이는 법
남편 가사분담 불만족으로 인한 부부싸움
육아와 집안일 분담은 왜 항상 아내에게 몰리게 되는 걸까요? 저희는 현재 결혼 6년차. 아이가 4살입니다. 연애부터 신혼까지 크게 부부싸움이 없었던 타입인데요. 문제는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가 시작되면서부터. '사람들이 이래서 이혼하는구나' 완벽히 이해하게 될 때까지 싸웠습니다.
왜 아이가 태어나고 부부싸움이 늘었을까?
몇 년간 싸우면서 제가 나름대로 찾아온 근본적인 부부싸움의 원인은 바로 '엄마가 너무 과도하게 일하고 지쳤기 때문'입니다. 잠시 제 이야기를 해볼게요.
아이가 태어나고 단 하루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잠든 날이 없어요. 코골이 심한 남편은 다른 방으로 나가 자기 시작했고, 8개월간 밤새 모유수유 하고, 모유수유가 끝났어도 잠이 얕은 아이 때문에 잠을 잔 건지 안 잔 건지 모르겠는 느낌으로 아침을 맞았죠. 아이가 코막히거나 아픈 날이면 아이를 안고 밤을 새웠습니다. 이유식 만들기에, 빨래에, 재우기에, 씻기기에. 몸의 모든 진력이 다 빠질 때까지 일이 끝나질 않았어요. 게다가 저희 집은 둘 다 집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어른 식사까지 제가 책임졌습니다. 남편은 요리에 워낙 재능도 없고 밥 한 끼 차리려면 1-2시간이 훌쩍 걸리거든요. 어른 삼시세끼. 아이 삼시세끼 요리하고 나면 입맛도 없어져요. 아이 먹이느라 밥 때 따뜻한 밥도 못 먹고 국도 다 식고, 엄마랑 안 떨어지려고 우는 아이 때문에 샤워도 불편한 마음으로 초스피드로 씻었어요. 아이 건강을 위해 청소도 해야죠. 집안곳곳 아이 손과 입이 닿는 곳 소독하고 먼지 닦고 환기 시키고. 기본만 청소 챙기려 해도 하루가 모자랐어요. 거기에 집안 대소사, 어른들 생신, 어버이날, 각종 특별한 날에 뭐할까 어떻게 챙길까 아이디어 내는 것도 제 몫. 집안일뿐 아니라 일도 했어요. 온라인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 일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아이가 잠들면 쪽일을 했습니다.
이런 삶을 3년 이상 사니까 몸의 진력이 다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내 몸이 다 말라버린 할머니 고목나무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 의욕도 없고 생기도 없고 즐거움도 없었습니다. 점점 화가 차오르고 짜증과 분노가 치밀었어요. 나 혼자 동동 거리며 집안에서 뛰어다닐 때 느긋하게 바닥에 누워 핸드폰 보고 있는 남편을 보면 증오가 치밀어 오르더라고요.
남편과의 소통
남편에게 여러 방법으로 도와 달라고 했던 것 같아요. 나 너무 지친다고. 나 너무 힘들다고. 엉엉 울면서 내 감정을 좀 돌봐달라 미친 사람처럼 매달리기도 하고, 차분하게 달래보기도 하고, 협박해보기도 하고, 모진 말로 서로를 끝까지 몰아세우기도 하고.
그러면서 하나씩 깨달은 것은 '안 도와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른다'는 것 '돕고 싶은데 여자처럼 상세한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그냥 남자와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뇌구조와 시스템이 조금 다르다는 것. 그래서 내가 아무리 '알아서 좀 도와달라'고 해도 '알아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뇌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잠깐 기억했다가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머리에서 다 날아가버리고 까먹는다는 것.
그가 하고 싶어도 정확한 매뉴얼이 없으면 못 하는 종족이다. 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것만 인정해도 분노가 조금 사그러 들어요. 그렇다고 육아와 집안일을 엄마가 혼자 다 할수는 절대 없습니다. 남편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사분담을 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애도 아니고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서 떠먹여줘야 하나? 라는 생각이 가끔 들지만 거기까지 파고들면 너무 삶이 힘들어지니까 공동체 인류애도 품고 가기로 합니다)
남편을 위한 가사분담 30일 플랜 엑셀 표
남자 아이를 키우는 법에 대한 영상을 보다가 남자아이는 모든 할 일을 '게임 미션처럼 주면 미친듯이 달려들어 몰두한다'라는 내용을 보게 되었어요. 게임은 목표가 분명하게 설정되어 있고, 정해진 시간 안에, 목표를 클리어 하면 끝이 납니다. 남편도 남자 아이니까 비슷한 방식으로 다루면 되겠다 싶어서 시간과 목표가 분명하게 설정된 30일 집안일 엑셀 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일부터 30일까지 날짜별로 매일 수행할 집안일을 하나씩 적었어요.
- 빨래, 설겆이, 쓰레기버리기처럼 데일리로 반복하는 일은 별도.
집안일 표에는 그 외에도 수많은 집안일 중에 비교적 남편의 재능(?)이 있고 분담할 수 있는 일을 적었습니다.
저는 '닦는 일' 위주로 남편에게 넘겼어요.
정리하고 수납하고 버리는 판단을 하는 일은 저희 남편이 재능이 없더라고요.
다만 먼지를 닦고 쓰는 일은 구획과 방법만 정해주면 비교적 깔끔하게 하는 편이어서요.
내 남편이 그나마 성격에 맞아 하는 일을 주면 훨씬 서로 만족도가 높을 것 같아요.
- 하루에 10~20분 내로 끝날 수 있는 일만.
매일 하루씩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너무 덩어리가 큰 집안일이면 지쳐서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어요.
또 처음엔 오래 걸리지만 한두 달 반복하니까 20분 걸리던 일이 10분 걸리기도 하더라고요.
처음부터 너무 접근하기 어려운 일을 요청하기보다 간단한 일로 시작해서 손에 익으면 살짝씩 미묘하게 난이도를 높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 수행방법을 정확하게 적습니다.
남편에게 '알아서 해줘'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더라고요.
내 기준에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많고, 그거에 대해 불만족을 표하면 남편은 하고도 욕을 먹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각 집안일마다 명확한 수행방법을 적습니다.
'수저 소독'이라고만 적지 않고 '편수냄비에 물을 끓인 뒤 전체 수저 넣고 3분 이상 끓인다. 건조대에서 건조시킨다. 수저통 세제로 닦는다' 이렇게 정확하게 방법을 알려주는 게 좋아요.
남편이 정확한 디렉션이 굉장히 만족해 하더라고요.
본인은 이렇게 해주는 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고, 우왕좌왕 하지 않아서 편하다고요.
처음에 적는 게 귀찮지만 아내도 간섭하지 않고 잔소리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주 편해집니다.
남편에게 문제해결을 요청할 땐 AI 인공지능 컴퓨터에게 요청하듯 해야 서로 만족하더라고요.
컴퓨터에게 굉장히 구체적으로 명확한 입력값을 넣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오잖아요.
남편들의 사고 방식이 컴퓨터와 굉장히 유사해요.
-수행완료 여부를 표시합니다.
날짜별로 수행했으면 표시를 해달라고 합니다.
-30일 수행을 클리어했다면?
부부만의 긍정적인 의식이나 선물을 보상해도 좋겠죠.
솔직히 '나는 맨날 하는 일인데 남편은 왜 보상해줘야 하냐' 하는 마음 들지만, 이렇게 또 파고들면 같이 사는 게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에 파고 들지 않기로 합시다.
남편이 원하는 보상이 무엇인지 대화해봐도 좋겠고요.
아내가 고마움의 표현을 충분히 해주면 남편이 신이 납니다.
- 아내의 집안일 표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솔직히 저는 하루종일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이것도 해야 하는데 저것도 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으로 분주하고 바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남편처럼 집안일 30일 플랜을 짜볼까 합니다.
필요한 일을 데일리로 나누어 그 일만 처리하고 오늘은 쉬는 방식으로 집안일을 처리해나가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훨씬 덜할 것 같아요.
남편 집안일 엑셀 표 공유
다운 받아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수정해서 사용해보세요. 오랜 시간 고민하며 적은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에 다운 받으실 때 댓글 달아주시고 하트 눌러주시면 마음이 기쁠 것 같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과 한 팀을 이루어 평생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래도 매일매일 수행하는 마음으로 사랑을 더 키우고, 비난하기보다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오늘도 살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