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생리대 5년차의 사용후기] 광고아님/장단점/세탁방법/내가 느낀 변화
일반 생리대에서 면 생리대로 바꾼 지 5년이 되어갑니다. 28살에 바꾸고 현재 34살. 면 생리대 브랜드가 여러곳 있는데 저는 '한나패드' 사용하고 있고요. 면 생리대 5년차 사용자로서 어떤 변화를 느끼는지 등 장단점을 적어보겠습니다. 면 생리대로 바꿀까 말까 고민하면서 검색해보신 분들께 도움되길요.
생리대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되어서 한바탕 난리가 났던 그때 이후로 유기농 생리대, 순면 생리대, 면 생리대에 대해 관심 갖는 분들이 부쩍 많아진 것 같아요. 실제로 파동 일었던 당시에 제가 면 생리대 필요해서 추가 구매했었는데 무려 한 달을 대기해서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주문이 폭주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당시에 이미 면 생리대로 바꾼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바꾸길 참 잘했다' 얼마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자의 몸에서 가장 예민한 곳이고 건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체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걸 만들어낼 수가 있는 걸까요 ㅠㅠㅠ 너무 화가 납니다.
면 생리대로 바꾸게 된 계기:
가려움과 짓무름 때문에 매달 괴로웠습니다. 언젠가 한번 한여름에 완전히 살이 짓무른 걸 보고 '이거 뭔가 잘못됐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증상에 대해 검색하다 보니 생리대가 원인일 수 있겠더라구요. 그리고 면 생리대 추천하는 분들의 글도 보게 되었습니다. 한번 써보고 아니면 다시 방법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면 생리대를 주문했습니다. 영 번거로울 거 같아서 한두 달 해보고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사실 컸어요. 그런데 웬걸. 첫 달에 딱 한 번 써보고 다시 이전의 일반 생리대로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게 느껴졌어요.
면 생리대를 쓰고 변화된 것:
1. 악취가 없어졌습니다: 생리대 갈 때마다 기분 나쁜 냄새가 났는데요. 면 생리대로 바꾸니까 그 냄새가 싹 사라졌습니다. 이전까지 저는 생리혈에서 그런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아니라 생리대와 생리혈이 만나면서 그런 악취를 만들어냈던 것 같습니다.
2. 생리혈 덩어리가 없어지고, 색도 선명한 빨간색으로 변했습니다: 원래는 약간 검붉은색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울컥울컥 찐득한 덩어리들이 꽤 많았고요. 근데 면 생리대 쓰니까 혈 색깔이 완전히 변하더라구요. 진짜 새빨간 색으로. 진득한 느낌도 전혀 없고 물처럼 맑아졌어요. 세탁할 때 그게 확 느껴집니다. '원래 이렇게 깨끗한 피가 나오는 게 정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손에 닿아도 전혀 기분 나쁜 느낌이 없이 맑습니다.
3. 피부 가려움이 싹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괴롭히던 짓무름과 가려움에서 해방되었어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면 생리대는 마치 두꺼운 면 팬티를 입은 느낌인데요. 살이 까끌하거나 뭔가 불편하다 잘 안 맞는다 이런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일반 생리대 쓸 때는 일하느라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뭔가 따갑고 살이랑 생리대가 밀착되는 게 별로 기분이 안 좋았는데, 면 생리대는 그냥 순면 속옷 같은 느낌이라 살에 닿는 게 부담스럽지가 않았습니다. 피부가 예민한 저 같은 사람에겐 아주 중요한 변화였어요(속옷도 순면 100%만 입는 사람입니다).
4. 생리통이 완화되었습니다: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구요. 걷지도 못하고 엎드려서 엉엉 울었던 과거에 비하면, 요즘은 생리 첫날 3시간 정도. 시작될 때 아파서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하는 정도의 생리통이 있고. 그 시간이 지나면 확 괜찮아지는 정도로 완화가 되었습니다. 면 생리대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꾼 뒤로 어떤 때는 나빠졌다가 좋아졌다가 하는 게 아니라 계속 완화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단점은:
역시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것과 세탁의 번거로움입니다. 저는 사용한 생리대는 작은 지퍼백에 넣은 뒤 파우치에 보관해 집으로 가져오구요. 세면대나 대야에 찬물을 받은 뒤 샤워 전에 그날 사용한 생리대를 담궈둡니다. 이때 꼭 찬물을 사용하세요. 핏물은 찬물에 담가야 빠진다고 하더라구요. 샤워하고 30분 정도가 지나고 나면 신기하게 핏물이 생리대 밖으로 모두 빠져나와 있어요. 그럼 베이킹소다 비누로 주물주물 손빨래를 합니다. 면 생리대 전용 세제도 따로 판매를 하던데 저는 베이킹소다 비누 정도로도 세탁에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어요. 혹시 얼룩이 잘 지워지지 않는 게 있으면 비누를 묻힌 채로 하룻밤 그냥 두었다가, 다음날 아침 세수할 때 물로 헹궈주면 깨끗해집니다. 건조는 양말 말리는 집게 건조대에 하나씩 찝어서 하루 정도 두면 다시 뽀송해져요.
처음 2개월 정도는 이게 너무너무 번거롭더라구요. 절차가 너무 많은 것 같고. 근데 서툴러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처음 해보는 거여서. 뜨거운 물에 담가두기도 했고, 막 삶아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실수를 많이 했었는데 검색하면서 하나하나 익혀왔으니까요. 그리고 일할 때 회사에서 사용한 생리대를 다시 파우치에 담는 게 너무 좀... 그랬어요. 근데 세탁을 직접 해보다 보니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얼마나 맑고 깨끗한 피가 나오는지 느끼게 되니까 지저분한 것 같은 느낌이 완전히 지워졌습니다. 면 생리대 쓰기 이전까지는 무의적으로 '생리혈은 약간 지저분한 것'이라는 인식이 저에게 박혀있었던 것 같아요. 내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아가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지금은 더 큽니다. 지금은 이 패턴이 몸에 베어있기도 하고 세탁 기술도 쌓이다 보니 번거롭다는 생각이 거의 안 들어요.
물론 불편함으로 따지자면 일반 생리대보다 면 생리대가 훠얼씬 번거롭습니다. 그건 팩트예요. 반박불가. 근데 수고로움을 대가로 얻는 것들이 내 건강에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에 기꺼이 그 정도는 감당해보려 합니다. 건강을 지켜내는 것에 비하면 번거로움의 정도가 괜찮은 것 같아요.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가성비를 따졌을 때 눈앞의 편함을 좇는 것보단 약간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장기적인 건강을 얻는 것이 훨씬 가성비가 좋은 것 아닐까요. 여러 이유로 면 생리대 써볼까 고민하시는 분들께, 부디 저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