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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옷장 기부후기] 안 입는 양복정장 의미 있게 비우기 :: 미니멀 라이프

애정펀치 2021. 8. 16. 12:21

안 입는 양복정장 이젠 정말 비우자!

시간이 지나면 라이프스타일이 변한다.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 옷도 함께 변해야 한다. 사회초년생, 직장생활 할 때 매일 입었던 양복과 정장들. 캐주얼 복장으로 출근한 지 오래됐고, 프리랜서가 된 후 이젠 출근마저도 안 하는 상황. 그동안 반 이상 양복과 정장을 비우긴 했다. 남편의 양복도 5세트 정도는 옷장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끝내 다 비우지 못 한 이유는

<혹시나 싶어서>

 

혹시나 다시 취직해서 양복을 입게 될까 봐

혹시나 계절별로 다른 소재 양복이 필요할까 봐

혹시나 필요한 일이 생길까 봐

혹시나.

혹시나.

 

이 '혹시나 싶어서'가 물건을 못 비우게 하는 걸림돌일 때가 참 많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양복을 한 번도 안 입은 지 3년이 지났을까. 이번엔 정말 비우기로 했다.

 

 

 

 

 

좀 더 의미있게 비울 수 없을까?

경조사를 위해 여름 양복 하나, 겨울 양복 하나 딱 두 세트만 남기고 양복과 코트를 비우기로 했다. 아파트 단지의 헌옷함에 휙 던져버릴 수도 있지만, 고가를 주고 산 옷이기도 하고 너무나 깨끗하게 잘 보관된 옷이기에 기부를 하기로 했다.

 

 

 

 

취준생에게 정장을 무료 대여하는

열린옷장

취업준비생들에게 무료로 양복을 대여해주는 곳이다. 서울시 지원사업인데, 구리, 안양, 하남, 충주 등의 지역도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신청이 가능하다. 남성 양복은 물론, 여성 정장, 웨딩 정장까지 대여할 수 있어서 정장 마련하느라 비용 부담이 큰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열린 옷장 기부하는 방법

1. 열린옷장 홈페이지 - 정장기증 -기증박스 신청

2. 기부할 옷 종류와 개수, 주소 및 연락처를 입력

 

이렇게만 하면

집 앞으로 기부박스가 택배 배송된다.

 

https://theopencloset.net/

 

열린옷장

어서 오세요! 열린옷장은 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는 정장 공유옷장입니다. 총 12,000벌의 정장 아이템으로 세상 모든 정장 고민을 해결 해드립니다.

theopencloset.net

 

 

 

 

 

기부 박스가 도착했어요!

기부 신청 후 2-3일 정도 지나자 이렇게 기부박스가 도착했다. 흔히 우리가 이사할 때 쓰는 이사 박스 같은 것. 우리는 양복 두 세트와 정장 코트 2벌을 기부하겠다고 적었는데, 그에 맞는 크기의 박스가 도착한다.

언뜻 조금 지저분한(?) 것 같기도 하지만. 지구를 위해 여러 번 재사용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어느 단체든, 어느 기업이든 조금 어설프더라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 조금 어설퍼도 응원해주고 싶다. 자꾸 이런 시도들이 이어져야 늦어도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에!

 

박스 안에 열린옷장을 소개하는 안내책자와 작은 향수가 들어 있었다.

 

기부박스가 도착할 때 휴대폰으로 안내 문자가 왔는데. 그 문자의 링크를 눌러 반품날짜를 지정해주기만 하면 다시 박스를 가져간다. 직접 기부박스도 보내주고, 반송신청도 간편하고. 기부하려면 이런저런 제약이 많고 복잡할 때가 많은데 열린옷장 기부는 너무나 편리했다.

 

이렇게 휴대폰에서 반송날짜를 지정하기만 하면 준비 끝! 

 

 

 

 

입는 분에게 좋은 일이 생기길!

박스 아래쪽을 박스 테이프로 붙이고, 양복 2세트와 코트 2벌을 비닐로 포장해 담아보냈다.

열린옷장 기부의 특별한 점은 옷뿐 아니라 '정장 기증 이야기'를 함께 보낸다는 것. 그냥 물건만 보내는 게 아니라, 자필로 이 옷을 입을 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적어보낸다. 나에겐 더 이상 전혀 필요 없는 옷이지만, 누군가에겐 가장 중요한 날 입을 옷임을 생각하면서 몇 자 적었다.

 

적다 보니 더 뿌듯하고, 좋은 마음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기부의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할까. 3분 남짓짧은 시간이지만 참 좋았다. 아마도 이 정장을 대여하는 분에게 옷이 나갈 때 내 편지도 함께 나가는 것 같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마음이 따뜻해질 듯.

 

 

 

 

 

열린옷장 기부 어땠나요?

1. 신청이 간편하고, 반송도 깔끔. 시스템이 정말 간편하다.

2. 기부 신청, 택배 도착, 반송 예정 등 각 단계마다 문자 안내가 착착 세심하게 와서 편했다.

3. '취준생에게 대여'라는 구체적인 사용 목적이 있어서 기부에 의미를 더 느꼈다.

4. 나중엔 바뀔 수 있지만, 현재는 배송비까지 완전 무료. 기증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하나도 없었다.

5. 대여자에게 보내는 편지도 함께 적어 보내서 좋았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느낌.

 

 

 

 

 

개인적으로도 양복 정장을 비워내니 속이 개운하다. 혹시나. 혹시나. 혹시나 입을 일이 있을까 봐 싶은 일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 몇 년간 양복들을 짊어매고 살면서 깨달은 사실이다.